나의제언-지역대학의 솨와 지역발전

입력 1995-11-06 08:00:00

10월30일자 매일신문 초점 기사에서 '지역인재 상경이냐. 잔류냐'라는 타이틀아래 대구시교육감과 경북대총장의 엇갈린 의견에 대한 기사가 보도되었다. 지역인재의 서울대 입학을 지상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과 지역의인재를 지역에서 키워야한다라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었다.대구·경북지역 인재가 서울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 아니면 지역의 우수대학에서 받아야 하느냐 하는 논의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고 이로인해 서울에 대구·경북지역 학생을 위한 학사를 건립해야하느냐 마느냐의 논쟁까지 유발시켰다. 사실상 고교생의 학력이 서울대학의 합격자수로 결정된다는 사고가 지금까지 만연되어왔던 것이 사실이고 각 시도는 시도별로, 고교는 고교별로 적성에 관계없이 서울대 입학률만을 올리기 위해 애써온 것이현실이다.

그렇다면, 서울대입학의 지상목표라는 사고가 과연 21세기 세계화를 준비하는 우리의 국가경영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사고방식인가?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다른 선진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 문제를 두가지의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국가전체의 관점에서 우리 교육의 수월성제고 측면에 대해 생각해보자. 한국대학환경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한국대학에는 경쟁적인 환경이 존재하고 있지않다는 점에 있다.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발전할 수 없다는것은 간단한 시장원리이다. 이러한 현상은 무조건 서울대로 보내야 한다는사고에서 기인하고 있다. 각 전공별로 살펴볼때, 대학의 교육및 연구의 질,교수의 수준에 있어 서울대가 많은 분야에 있어 최우수학교가 아니라는 것은학계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특히 대학교수의 질에 있어서는 그러하다. 다만, 전통적으로 우수학생이 명성에 의해 많이 진학하여 온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것은 이러한 서울대 진학위주의 사고 방식은 한국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는 대학경쟁력에 있어 자유경쟁에 의한 시장원리가 적용될 수 없으며 수험생들의 대학소신지원이 힘들어질것은 뻔한이치이다. 수험생들이 소신지원을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 대학의 경쟁력은 기대 하기가 힘들다. 대학의경쟁력향상은 대학의 상품인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여 구매자인 학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자유경쟁의 시장원리가 보장되어야만 기대할 수 있다.둘째, 세계화·지방화로 대변되는 지역의 미래발전적 측면에서도 이러한사고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대는 더 이상 연구 교육에서 선두학교가 아닌 서울에 있는 한개의 우수한 대학일뿐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다만 커트라인이 높은 학생들이 전통적으로 많이 모여있었을 뿐이다. 만일 이러한 이유로 서울대에 가서 경쟁해야 한다면, 언제 이러한 전통을 깰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지역 대학의 학생의 질을 언제 높일 수 있을것인가?만일 인재를 계속 서울로만 보내어 교육을 시켜야만 한다면, 이 지역은 영원히 서울에 의해 멸시를 받는 지역으로 남게 될것이다. 거꾸로 서울지역의인재들이 이곳으로 올 수 있을 정도로 이곳의 대학을 키워야 할 것이다. 왜서울대진학률이 이곳 대구·경북지방의 인재들의 잣대가 되어야 하는가?이제 우리는 서울대는 서울대대로, 경북대는 경북대대로, 포항공대는 포항공대대로 세계의 대학과 어깨를 겨눌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며, 우리나라의인재들은 누구의 강요도 없이 스스로 판단하여 진학할 수 있어야 한다.이러한 환경의 조성만이 우리대학의 경쟁력제고와 세계화에 대비한 우리교육의 질적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며 이것이 또한 교육청의 교육정책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의호(포항공대 산업공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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