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으로 불어나는 배신감-'노씨 흔적 지우기'

입력 1995-11-02 08:00:00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 비리에 대한 시민분노가 날로 높아지면서 노씨이름이 새겨진 현판·사진·기념품을 없애는등 '노씨 지우기'사태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노씨 비자금이 사실로 입증된 지난 주초 대구시 동구 신룡동596 노씨생가의 방명록이 갑자기 없어져 경찰이 원인조사에 나서는등 소동을 빚고있다.또 하루 10여명에 이르던 방문객 발길이 뚝 끊겨 노씨에 대한 시민들의 극단적인 배신감을 반영했다.

팔공산 갓바위를 관리하는 선본사 방명록에 노씨부부이름이 첫장에 있다는사실이 알려지자 이의 제거를 요구하는 방문신도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지난주부터 노씨 이름이 새겨진 팔공산 동화사 통일대불 목조건물의 현판을 철거해야한다는 전화를 하루 수십통씩 걸어와 동화사측을 당황케 하고 있다.

파계사 경우도 주지스님이 연희동 노씨집을 방문한 31일 이후 "절에 불을질러버리겠다"는 협박전화가 잇따라 걸려와 곤욕을 치르고 있다.각 구청등 공직사회에서도 노대통령 재임시 '하사품'으로 받은 시계나 만년필등을 가지고 있던 공무원이나 관변단체 회원들이 기념품에 새겨진 노씨의 이름을 지우거나 집에 두고 다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동정자문위원을 지낸 박모씨(52)는 "노씨에 대한 불쾌감 때문에 노씨 이름이 들어있는 시계를 집에 놔두고 다닌다"며 "노대통령과 함께 찍었던 사진도 치워 버렸다"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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