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푸른나무(256)-죽은자와 산자(1)

입력 1995-11-01 08:00:00

종성시로 올 때까지 줄곧 비가 내렸다. 비는 나와 함께 울어주었다. 나는줄곧 순옥이와 할머니를 떠올렸다. 짱구가 울지 말라고 말했다. 짜는 소리듣기 싫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나는 짱구를 패주고 싶었다. 팰 수 없기에울 수밖에 없었다.종성시 모든 점포들이 문을 닫았다. 슈퍼, 구멍가게만 문을 열고 있다. 공중전화 박스에서 짱구가 나온다.

"이쪽이 아냐. 한 블록 뒤래. 방을 자주 옮기니 찾을 수가 있어야지."짱구가 투덜거린다. 차가 아파트 한 블록을 지난다. 낡은 서민아파트들이다. 약국 앞에 차가 멎는다. 잠시를 기다린다. 검정 우산쓴 배불뚝이가 다가온다. 차 옆에서 우산이 걷힌다. 채리누나다. 채리누나가 차 뒷자리에 탄다."일백오동 앞으로 가자구. 예리가 에이즈 걸린 게 사실이야?"채리누나가 짱구에게 묻는다.

승용차는 정선에서 쉬지 않고 달려왔다. 길은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짱구는 빗길에, 무서운 속도로 차를 몰았다. 고속도로 순찰 순경에게 두 차례나걸렸다. 두 번 다 짱구는 그냥 내뺐다. 순찰차는 뒤쫓아오지 않았다. 우리는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차례만 쉬었다. 국수를 먹었다. 짱구는 휴게소에서공중전화를 걸었다. 채리누나한테 예리가 자살한 걸 알렸다고 내게 말했다."마두가 들었대요. 전 몰랐죠. 마두가 지서에서 그 말을 했기에 쉽게 풀려나왔죠. 그렇찮았담 의심받을 뻔했어요. 마두 할머니한테 인사도 않고 지서에서 나오자 곧장 토낀걸요"

"아무렴, 어떻게 그토록 쉽게 목숨을 끊어."

"누님, 말 마슈. 그년 데리고 가서 얼마나 골통 썩었는지."승용차가 멈춰 선다. 짱구가 내리려 한다. 나도 차 문을 연다."가만 있어. 이백구 호야. 내 내리고 한참 있다 올라와. 주위 살펴보구"채리누나가 말한다.

"강변파가 뽀개졌는데도?"

"조심해야 해. 그렇게 됐어."

채리누나가 뒷자리에서 내린다. 우산을 펴든다. 얼굴을 가리고 아파트 출입구로 들어간다. 잠시 뒤, 우리도 내린다. 주위를 살펴본다. 아무도 없다.우리는 이층으로 올라간다. 209 팻말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짱구가 초인종을 누른다. 채리누나가 문을 열어준다. 거실에는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 쌍침형, 빈대아저씨, 넙치, 람보가 둘러앉아 있다.

"마두, 어서와. 고향이 좋지?" "짱구성님, 안녕하세요" "성님, 추석 아침밥 잘 잡쉈어요?"

빈대아저씨, 넙치, 람보가 한마디씩한다. 쌍침형만 말이 없다. 시무룩한표정이다. 형이 술잔을 든다. 술잔 든 손이 붕대에 감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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