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괴자금' 누구의 돈일까

입력 1995-10-31 22:06:00

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이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3백69억원을 실명전환해 준것으로 검찰수사결과 드러나자 지난해부터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출세일'에 나섰던 이른바 '괴자금'이 바로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재계의 소문을 종합하면 당시 나돈 '괴자금'의 규모는 정회장이 실명화해준것으로 밝혀진 액수보다 훨씬 더 많은 최소한 1조-2조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정회장이 실명화한 자금이 '대출세일'에 나섰던 괴자금의 일부였고 재계일각의 추측대로 괴자금의 정체가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었다면 한보는 이 돈을 현재까지 드러난 액수보다 더 많이 실명화했을 가능성이 크며 다른 기업들도 이 자금을 끌어 썼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 재계의관측이다.

실명제 실시 후인 지난 93년말부터 최근까지 재계에서 인구에 회자됐던 '괴자금'은 전주(전주)를 숨긴 채 중개인들이 최고 2조원까지의 자금을 연리6%, 5-10년후 상환의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해 주겠다는 것이었다.당초 30대 그룹 이내의 재벌그룹들을 대상으로 했던 대출제의는 올해 들어서는중견, 중소기업에까지 확대돼 최근까지 중개인들의 접촉시도가 있었던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국회에서도 일부 국회의원이 "이 '괴자금'이 정치권의 비자금이 아니냐"는 추궁과 함께 '괴자금' 대출을 위해 한보철강이 작성했다는 서류까지 공개했으나 대출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은 물론 재정경제원 등 관계당국도 "사기성 짙은 낭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었다.재계에서는 '괴자금'의 전주가 전직 대통령은 아니더라도 거액의 소유자가실명제하에서 기업의 이름을 빌려 검은돈의 정체를 가리기 위해 '대출 세일'에 나선것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우세했다.

대출제의를 받은 기업들은 대부분 전주가 드러나지 않은 정체불명의 돈을끌어들이는 것이 부담스러워 대출제의를 거절했다.

그러나 정회장이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실명전환 해준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 전회장이 끌어쓴 돈이 바로 이 '괴자금'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초 '괴자금'의 대출을 제의받고 거절했던 기업들은 '괴자금'의 실체가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이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나자 구설수를 피할 수있게된 것을 크게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당시의 '괴자금 대출' 제의는 당국의 해석대로 대출커미션을 사취할 목적이 아니라 자금의 정체를 감추려는 절박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재벌그룹의 한 자금담당 임원은 "정회장이 비자금을 실명화한 사실을 두고보면 '괴자금'의 대출 중개인이 내세웠던 1조~2조원은 실제로 있었을 가능성이 큰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기업을 통해 출구를 찾으려 했던 검은 돈의규모는 지금까지 밝혀진것보다 훨씬 큰 액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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