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씨는 자신의 대국민사과때의 약속대로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란 이름의 축재소명서를 제출함으로써 재임중 불법적으로 조성한 자금의 내역을스스로 밝혔다. 그러나 이 소명서는 이미 지적된 대국민사과내용의 불성실과마찬가지로 축재와 관련된 노씨에 대한 의문을 밝히는데 보탬이되기보다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것이었다. 속죄를 위해 검은 돈의 전모를 밝힌다는 자발적 소명이 오히려 자기변명을 위해 국민을 속인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아직도 노씨는 현재 놓여있는 위기국면을 잔꾀로 빠져나가려든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만큼 진정한 참회와 반성이 모자라는 느낌이다.소명서에대한 가장 큰 의문은 축재규모가 그렇게 작을것으로 믿어지지않고자금의 조성과 지출의 내역을 거의 밝히지않은 점이다. 그중에서도 정치자금과 관련된 부분에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있는 92대선지원자금의 내역이전혀 언급되지않은 것은노씨가 자신의 잘못을 기성정치권과의 정치적 흥정을 통해 사면받으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노씨측은 정치자금의 공개가 국정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기때문에 공개하지않는다며 심지어 애국심운운까지 하는것은 참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느낌이 든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깨끗한 정치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밝히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노씨는 재임기간에 5천억원의 부정자금을 조성했고 쓰고남은 돈이 첫 발표때와는 달리 1천8백57억원으로 밝히고 있지만 벌써 대국민사과후 드러나고있는 엄청난 부동산만으로도 그같은 소명을 믿기어렵게 한다. 더욱이 재임시수서사건의 관련의혹으로 의문을남겼던 한보그룹의 정태수회장과 지금까지재산은닉의 검은 거래를 해온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은 그의 도덕적 타락이 극치에 이른 것을 말한다. 따라서 그가 밝힌 축재의 규모는 신빙도가 지극히 낮을수 밖에 없다.소명서에 나타난 남은 돈 1천8백57억원은 대체로 예금(금융자산)만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혹의 초점이 되고있는 부동산, 기업등 실물자산과주식·채권등 실물형 금융자산, 율곡사업의 리베이트 자금으로 혐의를 받고있는 해외도피자산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는것은 드러나고 있는 증거로 보아 납득할 수 없다. 뿐만아니라 노씨개인의 축재분외에도 항간에는 부인을포함한 가족의 재산, 친인척재산등에 대한 상당한 혐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소명과정에서 이 또한 빠져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노씨가 대국민사과의 불성실에 이어 이번 소명내용 또한 부실한 것을 보면그에대한 전직예우같은 것은 전혀 어울리지않는다. 검찰은 엄정하고 철저한수사를 통해 부정축재의 전모를 밝혀내고 법의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할것이다. 노씨의 불성실한 자기반성자세에 엄중한 응징을 내리지못한다면 김영삼정부도 책임을 면치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