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 비자금' 재벌총수 '소환'대상

입력 1995-10-30 22:08:00

-한보·동방유량·선경 1차지목-재계는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사건과 관련, 기업인이 소환될경우 '비자금 관리기업'으로 지목된 한보그룹, '자금 은닉처'로 의심받고 있는 동방유량과 선경그룹, 그리고 6공화국 국책사업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1차 대상이될 것으로 보고 있다.

6공이후 줄곧 재계의 평가를 뛰어 넘는 풍부한 자금력을 과시하면서 사업확장을 계속해와 자금출처를 놓고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던 한보그룹은 인척관계는 아니지만 노씨의 자금을 실명전환해준 사실이 확인되고 있어 최우선적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동방유량 역시 노씨의아들 재헌씨가 신명수 회장의 사위인 사돈기업으로이 회사와 페레그린 증권이 공동출자한 동방페레그린 증권 설립자금과 서울시청 건너편센터빌딩 매입자금 출처 등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소문이 나돌고있다.

선경그룹은 노씨의 딸 소영씨가 최종현회장의 큰 며느리인 사돈기업으로지난 91년 태평양증권(현 선경증권)을 인수하면서 '개인돈' 5백71억원을 손쉽게 동원, '최회장의 신고소득에 비춰' 자금출처가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받아왔다.

이밖에 또다른 H그룹과 D그룹 등 6공시절 급성장했거나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기업들에게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1차 소환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들과 의혹내용을 살펴본다.▲한보그룹:지난 91년 2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서택지 특별분양사건으로 공중분해 위기를 맞았던 한보그룹은 불과 2~3년만에 재기에 성공, 지난해 총자산기준으로 30대그룹에 진입한 화제의 기업.

특히 최근에는 철강과제약, 건설부문에서 공격적인 사업확장으로 재계의비상한 관심을 모았으며 지난 6월에는 유원건설을 인수하고 아산만에 대규모철강단지를 조성하는 등 또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재계는 법정관리까지받던 한보의 '그많은돈의 출처'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 왔다.말단 세무공무원 출신의 정태수총회장이 74년에 설립한 한보상사를 모태로하고있는 이 그룹은 76년 한보주택, 79년 한보종합건설을 차례로 설립한 후당시 아파트건설붐을 타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4천4백세대에 달하는 은마아파트 단지를 건설,성공적으로 분양하면서 놀라운 성장을 거듭해 왔다.한보는 5공시절 서울강남터미널 뒤 부지와 세검정의 녹지지역에 아파트를지어 분양함으로써 정경유착 의혹을 받았으며 91년 수서사건으로 정회장 자신이 구속되는 위기까지 맞았으나 2년뒤인 93년에 상아제약, 지난해 7월에는삼화신용금고를 인수했다. 한보는 4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들여 아산만에 연산 7백만t 규모의 철강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들어 정보통신,해운, 영상사업 참여 등을 잇따라 선언, 재계를 놀라게 했다.한보측은 그룹소유의 부동산과제도금융권에서의 자금조달로 별 무리없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특히 '비자금 파문'이 확대되자 '한보는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을실명전환한 사실이 없으며 이돈을 사업자금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공식해명까지 했으나 검찰조사결과 노씨의 비자금 중 최소 3백억원 이상을 정회장이 금융실명제 실시 직후 실명전환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방유량 : '해표 식용유'로 일반에게 알려져 있는 동방유량은 콩 가공업체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기업으로 연간 매출액 3천억원 정도. 계열사인유진산업, 해표유니레버, 동방페레그린 증권 등을 합하면 재계 50위권에 드는 중견기업이다.

지난 66년 현 회장 신명수씨의 부친 신덕균(85) 명예회장이 설립, 70~80년대 식생활 패턴변화와 함께 국민들의 식용유 소비량이 급격히 늘면서 호황을누려온 이회사는 80년대 후반 식용유 시장이 정체되면서 성장의 한계를 맞았으나 노 전대통령재임시절인 지난 90년 노씨의 장남 재헌씨를 사위로 맞으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시작했다.

동방은 6공 시절에 신설된 증권사 2개 중 하나인 동방페레그린을 홍콩 증권사와 합작 설립해 식용류제조 판매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증권업에 진출했으며 노전대통령이 이 증권사를 통해 자신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김원길 의원(국민회의)은 지난국정감사에서 수십개로 분산돼 있던 6백억원대의 채권이 지난 91~92년 신회장 계좌로 합쳐졌다며 동방유량의 기업규모를 볼때 이 채권 매입자금이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제기,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을 주장했다.

또 박광태의원(국민회의)은 지난해 신명예회장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삼천리기술투자'를 통해 3백억원대의 불법주식투자를 했다며 노전대통령 비자금 관련설을 제기했다.

▲선경그룹:5공 주역들의 등장시기인 지난 80년 유공을 인수한데 이어 6공최대의 이권사업으로 불린 이동통신사업을 따냄으로써 5, 6공을 통틀어 가장실속을 챙긴 재벌로 지목되고 있다. 선경은 여론의 압력에 밀려 이동통신사업권을 반납했으나 문민정부 출범 후 사업권을 다시 따내 저력을 과시했다.선경은 유공 인수전인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매출액 기준으로 재계 랭킹10위권밖에 있었으나 최근 10여년 사이에 5위권으로 뛰어 올랐으며 6공 당시노 전대통령과의 사돈관계로 인해 각종 '특혜' 의혹에 휘말려 왔다. 재계는선경이 급성장한 결정적 계기는 신군부 세력의 지원을 받아 유공을 인수한후 부터인 것으로 평가하고있다.

선경은 특히 지난 91년 최종현회장이 5백71억원의 '개인돈'으로 주식을 사는 형식으로 태평양증권을 인수, 증권업에 진출하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받았다. 최회장은 당시 '신고소득에 비해 과도한' 개인돈의 출처를 놓고 구설수에 올랐으며 인수전후에 보인 석연치 않은 행동으로 의혹을 증폭시켰다.최회장은 당시 주식을 구입하기 전에 2백80억원의 양도성예금증서(CD)와산업금융채권을 동양투금에서 샀다 되파는 변칙거래를 했다. 김원길의원은지난번 국정감사에서 "제3자의 정치자금이 인수자금에 섞여 있다"고 주장했으며 '인수자금중 모재벌이 대통령에게 정치자금으로 준 수표 1백억원이 섞여 있다'는 소문이 재계에 파다하게 나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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