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 제8장 강은 산을 껴안고

입력 1995-10-28 08:00:00

"박의경, 자넨 앰뷸런스 타고 와. 사망자 주민증 여기있어. 사망진단서끊어오구"땅땅이가 말한다. 의경에게 순옥이 주민등록증을 넘겨준다."무릎, 어깨, 이마에 타박상이 있는데요"

박의경이 말한다.

"의사가 부검을 하겠지 뭘"땅땅한 순경이 짱구를 본다. "뒤따라 오슈"짱구는 대답하지 않는다. 안경장이가 경찰차 운전석에 오른다. 땅땅이가그 옆자리에 탄다. 윤이장은 뒷자리에 탄다. 경찰차가 출발한다. 앰뷸런스가동네로 들어온다. 이미에 깜박등이 반짝인다. 짱구가 쏘나타를 시신 옆으로뽑아낸다. 나를 보고 타라고 말한다. 나는 운전석 옆자리에 탄다."골치 아프게 됐는 걸. 쌍년 왜 하필 여기와서 뒈져. 그것도 추석날에 말야" 짱구가 투덜거린다. "그냥 종성시로 빼버릴까"

"빼버려?"

"물론 자살이지만 꼬치꼬치 물으면 골치 아프잖아. 우리 차도 조회하면폐차 번호판 들통날테구" 나는 가만 있다. 짱구가 말한다. "참, 채리누나와 통화됐어. 무조건 빨리 올라 오래. 어젯저녁, 꼰대들 단란에서 술판 벌렸는데, 시끄러웠나 봐"

"시끄러워?"

"도식이 성님하고 쌍침성님이 한 판 붙었나 봐. 내 그럴줄 알았지. 우리성님이 참고 있을 인품이 아냐. 하면 한다는 뱃장 있잖아. 너도 알지?""알아. 성님은 두꺼비야"

"맞아. 너가 잘 봤어. 독기를 내뿜으면 무섭지"

"뺄거야?"

"가만 생각하니 빼면 안되겠어. 지서에서 비상 연락망 치면 검문을 당하게 마련이지. 공연히 일을 키울 건 없어. 넌 암말말고 가만 있어. 너 장기잖아. 내가 얘기할테니깐. 타박상이야 그년이 술 처먹고 넘어진 게지. 싸리골주민이 다 봤잖아. 어젯밤에 그 년이 개판친 것"

승용차가 아우라지를 지난다. 조양강을따라 간다. 물이 흐리다. 맑지 않아 흐린 게 아니다. 흐린 구름을 비추고 있다. 나는 그동안 이 강물을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물에 발조차 담궈보지 못했다.순옥이는 이 물에서 죽었다. 울부짖는 할머니 얼굴이 강물에 어려보인다. 강변의 미루나무가 강물에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미루나무숲이 흔들린다. 새떼들이 강변에 도열해 있다. 날개를 턴다. 꼬마물새떼들이다.

승용차가 다리를 건넌다. 경찰차는 저만큼 앞서 여량 면소로 꺽어진다. 짱구는 차를 천천히 몬다.

승용차가 지서 안으로들어간다. 짱구와 나는 승용차에서 내린다. 빗방울이 후두룩 듣는다. 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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