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 비자금' DJ선거자금 공개

입력 1995-10-27 22:06:00

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27일 지난 14대 대선당시 노태우전대통령으로부터받은 선거지원자금을 공개해 주목된다.중국 북경을 방문중인김대중총재는 이날 오전 숙소인 조어대에서 수행기자단및 특파원들과 조찬간담회를갖고 "선거기간중 노씨의 모비서관이 건전한 인사의 뜻이라면서 20억원을 갖고와 받은바 있다"고 밝혔다.김총재는 당시 돈을 받은 이유에 대해 "돈의 성격이 위로의 명목이고 어떠한 조건이 없었기 때문에 받았다"고 해명했다.

김총재는 그러면서 "노씨가 모의원을 통해 김영삼후보에게 수천억원을 제공했다는 유력한 정보가 있다"며 노씨의 명백한 해명을 요구했다.김총재가 제1야당 당수로서 '금기'로 여겨지는 정치자금 수수내역을 이처럼 공개하고 나선 것은 우선 비자금파문이 확산되면서 노씨로부터 돈을 받은사실을 더이상 은폐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여권이 "김대통령이 취임후에 받은 돈은 한푼도 없지 않느냐"며 노씨 비자금파문을 계기로 6공과의 단절을 강행할 경우 자신이 받은 노씨 돈의 내역도결국 공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자당 김윤환대표가 26일 저녁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여의도청년포럼'에참석,"노씨가 김대통령에게 선거자금을 주었을 것이며 야당지도자에게도 선거자금을 주었을수 있다"고 말한 것을 심상치 않은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김총재는 특히 김대통령이 유엔방문을 마치고 귀국한뒤 14대 대선자금에대해 해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할 경우'선수'를 빼앗긴다는 점도 감안한것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노씨가 27일오전 대국민사과 자리에서 김총재가 받은 자금을 공개할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경우 받을 정치적 타격을 감안하고 또한 이에앞서 자금수수내용을 밝힘으로써 노씨가 그이상의 내용을 밝히지 말것을요청하는 신호로도 해석되고 있다.

김총재는 또 자신이 받은 노씨 자금의 규모가 실제보다 과장돼 시중에 유포되고있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노씨의 비자금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김총재가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씨 자금의 규모도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설이 정치권에 끊임없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가에서는 김총재가 2백억원 내지 3백억원의 자금을 받았을 것이라는게 거의 정설처럼 유포되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특히 "노씨가 김총재에게 준 자금이 1천5백억 내지2천억원에 달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김총재가 이날 노씨 지원자금을 공개한 것은 우선 '자금규모가 소문보다 훨씬 작다'는 점을 해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해도 2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노씨의 비자금규모에 비하면 자신이 받은 돈은 "양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냐"는 것이다.김총재가 김대통령의 14대 대선자금을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총재는 "대선당시 노씨가 모의원을 통해 김영삼후보에게 수천억원을 제공했다는유력한 정보가 있다"고 주장하고 "노씨는 이 점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혀야한다"고 김대통령을 걸고 들어갔다.

대선 당시 자신이 받은 노씨 자금과 김대통령이 받은 노씨 자금은 규모에있어서 천양지차가 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 노씨 자금에 관한한 자신이 김대통령보다 도덕적으로 더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는 주장이다.

김총재는 이에앞서 최근 호남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대통령이 14대 대선자금으로 1조원을 사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총재의 이날 노씨 자금공개는 그러나 여야를막론하고 정치권에 '검은돈'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을 면할 길이 없음은 물론이다.

김총재는 '건전한 인사의 뜻'으로 판단해 받았다고 밝혔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지 의문이라는 게 정치권 주변의반응이다.

받은 돈의 액수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50보 백보'이며 초록은 동색이 아니냐는 비판이 당연히 일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집권당총재인 대통령과 당대표로 연결되는 여당후보 보다는 야당후보가 받았다는사실이 국민들에게는 더 배신감을 안겨줄 수도 있는게 사실이다.이와함께 김총재가 스스로 밝힌 대로 과연 20억원만 받았느냐는 의혹도 없지 않은게 사실이다. 비자금파문이 일면서 '노씨로부터는 단 한푼도 받지 않았다'는 측근들의 주장이 모두 거짓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대선자금 발언요지

노씨의 정치자금 제공설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 귀국후 밝히려 했으나 본국에서 온 신문에 사실이 아닌 보도가 자주 나오기에 우선 간략한 경위를 밝힌다.

나는 선거기간중 노씨의 모비서관이 순전한 인사의 뜻이라면서 20억원을갖고와서 받은바 있다. 받은 이유는 돈의 성격이 위로의 명목이고 어떠한 조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씨는 이점에 대해서 사실을 명백히 밝혀주기 바란다.

아울러 노씨가 모의원을 통해서 김영삼후보에게 수천억원을 제공했다는유력한 정보가 있는데 이점에 대해서도 노씨는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거듭 강조하거니와 그외에는 어떠한 정치자금도 노씨로부터 받은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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