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놀룰루를 방문중인 김영삼대통령은 27일 새벽(한국시간) 와이키키 리조트호텔에서 가진 수행기자단과의조찬 간담회에서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과 관련 지위고하를 막론한 엄정수사를 다시한번 강조했다.김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이미 정국 최대의 이슈로 커져버린 이 문제를철저히 조사해 국민 앞에 한점의 의혹도없이 밝히겠다는 의지의 천명으로받아들여 지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이번 기회에 통치자금을 빙자한 정치자금수수의 관행을 없애겠다는 결의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김대통령은 "문민정부 들어서면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야겠다고결심을 한 바 있으며,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도 그같은 큰 의지때문이었다"고 강조하고 "이런 잘못된 관행에서 국민을 해방시키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대통령은 검찰 수사결과 4천억원 비자금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의 노전대통령에 대한 처리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사실확인을 위해서도 성역없는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만은 확고하게 드러낸 셈이다.김대통령의 이같은 단호한 입장에는 이밖에 이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혹과비난이 깊어질대로 깊어져 더이상 덮어두거나 축소할 경우에는 내년 총선에서 엄청난 악재로 작용해 권력누수 현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권에서는 검찰수사결과 사실이 밝혀져도 비자금의 액수가 예상보다 적을 경우에는 국민을 설득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검찰의 수사도 노전대통령의 신상문제에 대한 정치적 결단을 기다려 다소의 속도조절은 있더라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나올때까지 사실확인 작업만은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이 터진후 김대통령의 측근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 검찰의 수사에는 어떠한 제약도 없을 것"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점도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해 준다.
물론 이 경우에는 비자금의 규모와 모금과정, 사용처 등과 함께 현정부의출범과정도 이로부터 결백하지 않다는 항간의 소문까지 숨김없이 진상이 밝혀질 지는 아직 미지수며, 신3김 구도의 청산과 세대교체등을 고려한 김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할수 있다.이와 관련해서는 김대통령이 문민정부와 6공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전직대통령의 비자금 문제를 '정치권 대 국민'의 대결구도로 몰고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거센 비판을 시작으로 세대교체의 열망을 유도할 지도모른다는 분석도 제기된바 있다.
이같은 시각에서 보면 김대통령이 호놀룰루 회견에서 '문민정부의 도덕성'을 강조하고 나온 것도 예사롭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이 처음부터 6공과의 결별을 계획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이번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그같은 결심을 굳힐 개연성이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전대통령에 대한 처리문제와관련,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의견들은 △끝까지 사실확인을 해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강경론 △사실확인을 하되 처벌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온건론 △노전대통령이 스스로 비자금 전모를 공개하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국고에 헌납해야 한다는 절충론등이다.이에대한 김대통령의 의중은 분명치 않으나, 대통령의 '통치자금'수수가왜곡된 우리 정치사를 구성해 온 주요 관행이었다는 점, 김대통령 자신이 통합의 정치를 선언하며 미래지향적 개혁을 강조했을 뿐 아니라 사법처리에 대해서는 야권에서도 한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지금까지는노전대통령측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호놀룰루에서 여칠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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