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비자금 검찰혐의 몰랐을까

입력 1995-10-26 23:07:00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3개월여 동안 검찰이 은밀하게 6공 비자금에 대한내사를 벌인 사실이 있는지, 또 있었다면 어느정도까지 진행됐는지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지금까지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이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안강민 대검 중수부장은 " 내가 있는 동안은 그 사건에 대해 내사를 한 사실이 없으며 그런 내사자료도 보지 못했다"며 완곡히 내사사실을 부인했다.그러나 검찰주변에서는 지난해의 내사 사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는 당시의 수사진들에 의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당시 검찰의 한 관계자는 " 지난해 2월부터 내사에 착수, 두달여동안 당시대검중수부에서 하던 다른 수사의 참고인인 것처럼 위장해 13개 대기업체 간부 20여명을 불러 구체적인 자금 제공액수 및 시기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 이들에 대한 조사 이후 동화은행 사건의 26억 비자금이 6공비자금과 연관돼 있다는 소문이 돌아 이 내사의 연계선상에서 동화은행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벌였으나 동화은행 비자금과 전 정권의 비자금은 관련이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대검의 한 고위 관계자도 " 지금으로서는 내사 사실을 말할 입장이아니다"며 " 그러나 정치자금을 모두 들춰내는 것이 국가발전에 어떤 도움이될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내사사실을 시인했다.이는 당시 대기업 관계자들로 부터 상당히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음에도정치적 판단과 '과거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불가 관행' 등으로 인해 덮어두었을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당시 검찰이 이들 기업체 간부로부터 "정기적으로 수십억원씩 청와대에 상납했으며, 그로인한 각종 이권 사업에서 호의적인 대우를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조사를 받았던 기업체의 이름도 H, D 또 다른 H 등 구체적인 영문 이니셜로 나돌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의 진술을 확보했음에도 불구, 이 사건이 몰고올 엄청난 정치적 파장과 함께 자금추적등 물증확보가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내사를 종결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검찰내사 자료는 현재 진행중인 6공 비자금 사건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음이 명확해 보인다.이는 당시 기업 관련자들의 진술만으로도 어느정도 6공 비자금의 실체에접근할수 있을 뿐 아니라 이현우 전 경호실장이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의 차명계좌 전주가 노태우 전 대통령'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에 미뤄 어느정도 꿰맞추기가 용이할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본격 수사 착수 일주일도 되지 않아 수사에 꽤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이전의 내사자료 덕분이라는 것이 검찰 주변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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