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푸른나무(251)-강은 산을 껴안고(44)

입력 1995-10-26 08:00:00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동네로 들어선다. 공회당 앞에서 소리가 멈춘다. 나는 겁이 난다. 짱구를 본다. 짱구는 묵묵히 밥그릇을 비운다. 짱구가 마당으로 나선다."나 전화 한통 걸고 올게"

"전화? 채리누나?"

"그래. 조금전에도 삐삐가 왔어"

짱구가 바삐 삽짝을 나선다. 나도 밥그릇을 비운다. 공회당 앞으로 나가보고 싶다. 나가보고 싶지 않기도 하다. 순경이 겁난다. 순경이 우리가 타고온 차를 조사할는지 모른다. 그 차 임자는 짱구가 아니다.

"시우야, 넌 죽은 그 처녀를 잘 아니?"

할머니가 묻는다.

"처녀요? 예리 잘 알아요"

"술을 그렇게 마시구. 뭐하는 애니?"

"클럽에서 일해요"

"클럽이 뭐하는 데니?"

"클럽요? 술 마시고 춤추고"

"그런데 일하는 처녀 같더라. 시우야, 넌 순경이 무슨 말 물어도 모른다고대답해. 처녀가 언제 집을 나갔는지 모른다고"

"난 언제 나갔는지 몰라요"

"그래, 어서 음식 챙겨 성묘나 가자"

할머니가 숟가락을 놓는다. 부엌으로 그릇을 나른다. 내가 할머니를 도운다.

"주인 계십니까"

삽짝으로 순경이 들어온다. 둘이다. 윤이장과 춘길형, 한서방도 뒤따른다.동네 어른, 아이들이 몰려든다. 나는 축담에 우두커니 서 있다. 할머니가 부엌에서 나온다.

"할머니, 죽은 여자가 여기서 숙식을 했다면서요?"

땅땅한 순경이 묻는다. 허리에 권총을 찼다.

"예. 저 건넌방에서"

"혼자 잤습니까?"

"우리 손주와 함께 온 젊은이는 큰방에서 잤어요"

"며칠 밤 잤습니까?"

"이틀요"

"죽은 여자가 여기 출신이 아니죠?"

"여기있는 시우만 이곳 출신입니다. 장씨란 청년과 처녀는 시우와 함께 왔어요"

윤이장이 대답한다.

"방을 좀 봐도 되겠지요"

다른 순경이 묻는다. 안경을 꼈다. 처음 묻는 순경보다 젊은 순경이다. 그가 신발을 벗고 건넌방으로 들어간다. 땅땅한 순경도 따라 들어간다. 한참뒤, 두 순경이 나온다. 땅땅한 순경이 순옥이의 핸드백을 들고있다. 삽짝 안으로 짱구가 들어온다.

"시우군이라 했나. 나 좀 봐"

땅땅한 순경이 나를 부른다. 할머니가 내 앞을 막는다.

"우리 시 시우는 아무 것도 몰라요. 저 저기, 장씨란 젊은 이가 처녀를 잘아나봐요"

할머니가 더듬으며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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