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쯔, 아까운 목숨을 왜 끊었을까. 젊디 젊은 나이에" "헤엄을 못쳐 익사한 게 아닐까" "어젯밤에도 자살을 시도했대요. 술에 취해서, 장본인이 그런말을 했어요" "오늘 윷놀이 시합은 망쳤어. 사람이 죽었는데 무슨 윷놀이야"동네 사람들이 한마디씩한다. 애들은 보면 안돼, 하며 어른들이 아이들을뒤로 빼돌린다."시유야, 예리 자던 방 봤어?"
짱구가 묻는다.
"봤어"
"유서 같은게 없어?"
"유서? 몰라"
"가보자. 유서를 남겼을지 몰라"
짱구와 나는 집으로 걷는다. 갑자기 짱구가 걸음을 멈춘다. 옆구리에 찬삐삐를 들여다 본다.
"채리누나 숙소야. 어젯밤에 여량 술집에서 종성으로 전화를 냈지. 단란주점도 문 닫았는지 전화를 안받더군. 성님 휴대폰도 연결이 안되구""연결이 안돼? 왜 걸었어?"
"그냥, 심심해서. 무슨 일 없나 하구. 채리누나가 연락할게 있나봐. 전화를 걸어줘야 하는데 너네 집 전화 없지?"
"전화기? 못봤어"
"이장집 전화를 한통 쓰지 뭐"
맞은편에서 할머니가 쫓아온다. 넘어질 듯 꼬부장한 허리다. 나를 보자 걸음 멈춘다.
"그 처녀가 죽었다며?"
할머니가 묻는다.
"예, 자살한 모양입니다. 여기 올 때부터 죽고 싶다고 말했어요"짱구가 대답한다.
"시우가, 병이 있다던데?"
"병이 있었던 모양이라요. 그런 말도 했어요. 좋은 날에 이런 불상사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걔를 안 데리고 오는건데, 이런 사태가 벌어질줄이야""시우야, 넌 그 시신 옆에 가지 마. 부정탈라. 얼씬도 마. 이 할미 옆에붙어있어"
할머니가 말한다. 얼굴이 두려움으로 찌들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온다.할머니가, 밥 먹고 성묘나 가자고 말한다. 짱구가 건넌방으로 들어가려다 걸음을 멈춘다. 고개를 갸웃한다. 마루에서 나를 본다.
"잘못함 이 사건에 말려들겠는걸. 경찰이 타살로 우길 수도 있잖아. 그럼너와 내가 덤터기 쓸수도 있어. 예리 핸드백에 지문을 남길 필요가 없지. 너도 건넌방에 들어가지마. 경찰이 와서 유서를 찾든지 말든지"짱구가 말한다.
날씨는 구름이 무겁다. 밤에도 달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래 저래 잡쳐버린 추석이다. 할머니, 짱구, 나는 마루에서 추석 아침 밥을 먹는다. 반찬이 푸짐하다.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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