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동안 외길로 산만 화폭에 담아온 중진서양화가 오승우씨(65.예술원 회원)가 우리나라 명산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한국 100산' 개인전을대구에서 갖는다. 매일신문사와 대구문예회관의 초대로 26일부터 11월5일까지 대구문예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83년부터 전국 1백30여개 산을오르며그 고행의 결실로잉태시킨 80호부터 5백호까지 대형그림 1백점이 내걸린다."누구나 막연히 가슴에 품고있는 마음의 산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생명체로서의 산을 고생스러운 체득의 과정을 통해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단순하고 사실적인 풍경이 담긴 산이 아니라 조국의 산하를 큰 그림으로 남겨볼 욕심으로 겁도 없이 시작했어요"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초기작에는 신록과 설경등 산의 외형적 아름다움이있었지만 뭔가 미진하다는 생각을 오씨는 떨쳐버릴 수 없었다. 산을 화두로그림을 시작하기 전까지만해도 등산이라곤 해본 일이 없는 그가 처음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산을 오르내렸으나 산도 제대로 모르고 그냥 산을 그린탓일까."잘보여주지않는 산의 속살을 봐야 산이 이해되고 산오름에 비로소의미가 있다"는 한 원로산악인의 충고로 그의 그림은 방향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점차 산의 골격을 강하고 굵은 선으로 처리하면서 어두운 색을 주조로두껍게 화폭을 만들어갔다. 게다가 산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사실적인 것보다는 입체적이고 반추상에 가까운 조형이 꿈쩍하지않고 세월을 버텨온 산의 중량감과 참모습에 조금씩 다가가는듯 했다고 그는 말했다."산을 주제로 많은 화가들이 붓을 들었지만 바라보는 시각과 표현이 각각달라요. 남들이 하지않은 작업을 해볼 요량으로 산에 올랐습니다. 우뚝한 봉우리와 줄기줄기 뻗어있는 산맥들이 아름답다는 표현으로는 아쉬웠지요"우리나라 서양화의 개척자중 한 사람인 오지호선생(82년 작고)의 장남인그는 대구와 인연이 깊다. 6.25직후 지금의 달성국교와 맞붙어있었던 육군대학에서의 3년간 군대생활로 시작, 63년 대구YMCA홀에서 개인전으로 이어졌고80년대초 소품전까지 합하면 이번 100산전은 세번째 대구전시회인 셈이다.10여년간 이끌어온 목우회회장직을 연초 그만두고 크게 악화된 시력에도요즘 하루 7~8시간 붓을 놓지않는 그는 "남들은 단락하나를 짓고했으니 시원하겠다고들 하지만 정작 나는 '징그럽다'는 말로 모든 것을 대신하고있다"고했다. 산 그림에 담긴 지나온 10여년의 온갖 의미가 이 한마디에 모두 함축돼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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