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만 있고 사람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신발 벗고 고둥 줍는 것아냐"한서방이 담 너머로 참견한다.
"그 처녀, 어젯밤 술 먹고 죽겠다는 말 해쌓잖았나. 샅샅이 찾아봐야지"할머니가 말한다. 큰방에서 짱구가 나온다. 점퍼를 입는다."뭐요? 강변에 예리 신발만 남았다고요? 우리 놀래주려고 깜짝쇼하는 것아닌가. 하여간 말썽이야. 찾아봐야죠"
짱구가 신을 신고 나선다. 팔배아저씨가 샌들을 댓돌에 놓는다. 짱구와 함께 삽짝을 나선다. 나도 뒤따라 나선다.
"아서라. 시우 넌 나가지 마. 집에 있어. 나가면 안돼"
할머니가 내 앞을 막아선다.
"안돼요? 예리 찾아야지요. 예리는 아파요"
"할머니가 그러시니 시우 넌 집에 남았거라. 내가 이장께 말하마. 젊은 애들을 동원해서 수색을 해봐야지"
담 너머에서 한서방이 말한다. 동저고리 바람으로 삽짝을 나선다. 잠시 뒤확성기 소리가 들린다. 윤이장의 목소리다.
"동민 여러분, 차례상 차리기에 바쁘실줄 압니다. 드릴 말씀은 다름이 아니라, 에또, 타지에서 오신 시우군의 일행되는 여자분이, 에또, 새벽에 나루터 나간 모양인데, 행방이 묘연합니다. 젊은 남자들은 나루터로 나와서, 에또, 수색에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확성기 소리가 그친다.
할머니와 나는 추석상을 차리기 시작한다. 할머니가 부엌에서 음식 담은그릇을 내준다.나는 그것을 마루의 교자상으로 옮긴다. 떡접시를 나른다.적접시를 나른다. 전접시를 나른다. 나물접시를 나른다. 포접시를 나른다.탕국을 나른다. 메를 나른다. 탕국과 메는 두 그릇이다. 수저도 두 벌이다.날라다 놓은 접시와 그릇을 할머니가 진설한다. 메와 탕을 벽 쪽에 놓는다.적, 전, 포, 나물접시를 가운데 놓는다. 과일접시는 앞쪽에 놓는다."시우야, 세수 안했지. 얼른 낯 씻고 와"
할머니가 말한다. 나는 우물가로 간다. 세숫대야에 물을 퍼낸다. 낯을 씻는다. 수건을 찾는다. 할머니가 큰 방에서 수건을 내다준다. 할머니가 큰방다락에서 향안,촛대, 향료를 꺼낸다. 향안을 교자상 앞에 놓는다. 교자상양 귀퉁이에 촛대를 세운다. 건넌방에서 초와 향을 찾아온다. 초에 불을 켠다. 초를 촛대에 꽂는다. 향을 촛불에 댕긴다.
"중요한 걸 빠뜨렸구나"
할머니가 부엌에서 주전자와 잔을 들고 온다. 할머니가 옷을 갈아 입으려큰 방으로 들어간다. 나도 양복 윗도리를 입는다. 넥타이는 매지 않는다. 나는 넥타이를 맬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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