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1995-10-23 08:00:00

▲어느 뛰어난 정치인이 신념에 찬 목소리로 연설을 계속하고 있었다. 수천명 청중들은 처음에는 그의 웅변에 휩쓸려 귀를 기울였으나 식사 때가 훨씬 지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시간째 나열되는 장광설에 하나, 둘씩자리를 뜨기 시작 하더니 마지막 청중이 하나 남았다. 감격한 나머지 정치인이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나의 신념을 알아주는 귀하의 마음에 감동했소.정말 고맙소"했더니 "아니 뭘요. 나는 당신 다음 차례의 연설 순서를 기다리는 중인데…"하더란다. 서양의 우스갯소리 한토막이거니와 질기고 얼굴 두껍기로는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정치인이 꼽히는 모양이다. ▲전대통령의 비자금이 확인되면서 정치권은 또 한차례 회오리에 휩싸이고 있다. 92년 연두 회견에서 정치자금은 한푼도 거둔적이 없다고 당당하게 밝힌 그분의 얼굴을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 또한 그 질긴 뱃심에 기가 질림직도 하다. ▲그동안 시중에 떠돌던 비자금 관련 유언들을 설마 하면서 믿으려 하지 않았던 많은 '보통사람'들은 이번을 계기로 "정말 '코리언 드림'을 이룰려면 정치를 해야되겠다"고 새삼 다짐하지나 않을는지 모르겠다. ▲요즘 화려한 구호에만 급급한 정치인 가운데는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아랑곳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같다. 이분들께 악비의 한말씀 "관리가 돈을 바라지 않고 군인이 생명을 아끼지 않으면 나라는 저절로 융성한다"(문신부애전 무신부석명)는 경구를 전해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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