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조작된 여론과 동조심리

입력 1995-10-23 00:00:00

객관식 문제를 하나 내놓고 백사람에게 대답을 하도록 한다. 그 문제는 너무나 쉬운 것으로 정답은 4번이다. 그러나 만약 백 사람중 아흔아홉 사람에게는 시험전에 비밀리에 불러 진짜 정답은 4번이지만 1번이라고 대답하게 한다. 그리고는 시험에 들어가 한 사람씩 큰 소리로 대답하게 한다.첫번째 사람이 "답은1번입니다"라고 큰소리로 말했을 때, 백번째 사람(사전에 이야기를 듣지 않은 사람)은 "저런, 멍청이같이"하고 크게 웃었다. 두번째 사람도 같은 대답을 했다. 세번째, 네번째…열번째, 스무번째도같은 대답을 했을 때, 백번째의 사람은 "이렇게 바보가 많을수가…"하고는드디어 문제를 다시한번읽어주기를 요청했다. "거 이상하다. 분명히 정답은 4번인데…"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숫자가 더해갈수록 "혹시 내가문제의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닐까…"그는 이제 판단에 자신감을 잃기 시작했다. 아흔번째가 넘어갔을 때, 그는 드디어 "내가 잘못 생각한게 분명하다"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으며, 아흔 여덟번째 사람도 주저함이 없이 말하자,"그럼, 그렇구 말구"하고 맞장구를 쳤으며 아흔아홉번째의 사람도 같은 대답을 했을때,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라구"하고 뇌었다.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그는 너무나 당연한듯이 그리고 조금도주저함이 없이, 오히려 앞의 사람보다 더 큰 소리로 "1번입니다"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아흔아홉의 사람들은 도저히 참을 수없다는듯이 크게 웃었다. 이것이바로 조작된 여론에 의한 동조심리 현상이다.우리는 누구나 이러한 조작된 여론의 덫에 걸려들 수 있다.조작된 광고의 홍수속에서 조작된 베스트셀러, 조작된 스타, 조작된 정치가들의 이미지, 조작된 진실이 난무하는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확고히 지키면서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대구효성가톨릭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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