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산학협동 전초기지-테크노파크로 간다(하)

입력 1995-10-21 22:09:00

**바람직한 방향**테크노 파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지역경제계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지역경제인들의 눈길이 결코 곱지만은 않다.

업계에서는 '산학협동'이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지만 어느것하나제대로 결실을 맺은게 없기 때문이다. 사실 경제계에서 산학협동이라는 말보다 좋은 말은 없다.

대학이 갖고있는 수준높은 지식을 실물경제에 접합시켜 첨단상품 개발과생산성향상에 기여한다는 것만큼업계에 유익한것도 드물다. 그러나 산학협동만큼 이론과 현실에서 엄청난 괴리를 보이는 정책도 없다.경제인들이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최대의 과학단지인 대덕연구단지도 산학협동에는 가장 실패한 케이스로 지목받고있다.본래 취지인 기업이 필요한 기술개발보다는 순수연구기능이 발달하는 바람에교수 연구실을 옮겨놓은것에 불과하다는 소리마저 듣고있다. 그래서 산학협동은 선진국에서도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다.그런데 아직 개념정립조차 돼있지않은 테크노 파크를 두고 경북대와 영남대, 대구시와 경북도가 마치 자존심 싸움을 하는 양상을 보이고있는 것은 커다란 걸림돌이다. 21세기 지역 첨단산업 육성이라는 중책을 맡은 테크노 파크가 자칫 기관의 이해관계에 얽힌 '집안싸움'에 휘말린다면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현재로서는 테크노 파크에 대한 당위성과 원칙론은 충분히 인식되었다. 문제는 지역에서 '한목소리'가 나와야한다는 것이다. 당국인 통상산업부도 이같은 대형 투자사업이 곁가지로 흩어지는 것을 원치않고있다. 자칫 헤게모니싸움으로 구심점이 없어지면 첨단산업단지 조성은 물거품이 될수도 있다.대구경북개발연구원의 이정인수석연구원은 "지역대학은 이번기회를 대학발전의 호기로 삼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려야한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서로자기의 업적으로 남기겠다는 편협한 생각을 버리는 것이 테크노 파크 조성의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한다.

테크노 타운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대학의 사회참여는 이론처럼 그렇게 쉬운것이 아니다. 실험실의 이론이 곧바로 현실에 부합되지 않기때문이다. 그래서 테크노 타운을 보는 눈은 거시적이고 대승적인 차원이어야한다.

경북대경제학과 김영호교수는 "테크노 파크를 어느 대학 어느 기관이 주도권을 잡는다는 생각부터가 잘못이다. 경북대와 영남대, 대구시 경북도가 모두 힘을 합쳐도성공률은 50%미만이라고 본다. 대구 경북지역에 국한된것이아니라 부산 경남권을 포함한 대규모의 테크노 파크가 형성될지도 모르므로주도권 싸움은 그야말로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소모전"이라고 꼬집었다.그런점에서 본다면 조만간 실시할 각대학의 연구복안에 대한 설명회나 심포지엄도 합동으로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하고 중앙정부와의 연결채널도 창구를 통일해야한다. 어느 한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테크노 파크가 조성될수없다는 인식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윤주태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