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유지 내부통제의 첩경

입력 1995-10-20 08:00:00

북한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은 군부의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최근 노동당 창건 50주년 기념행사나 고위급 군 인사에서 김정일은 공식적인 '대권' 승계과정에서 군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크며 향후 권력구도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임을 시사했다.김정일은 당 창건 50주인 지난 10일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열었다. 전날그는 당 창건일을 기념해 최고사령관으로서 자신이 직접 명령한 청류다리 및금릉2동굴 준공식에는 참석했으나 당창건 기념탑 준공식에는 불참했었다. 당창건일이라는 정치적 의의를 가지는 기념일에 당보다 군 관련 행사에 상대적으로 비중을 더 둔 것이다.

군사퍼레이드를 주도한 42명의 '주석단'중 30%에 가까운 11명이 군 관련인물이었는데 김일성 생전인 94년초 각종 행사에서 군부가 주석단에서 차지한 비율이 약10%선에 불과했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최근 수뇌부 군 인사를 통해서도 권력내부에서 군부의 위상이 과거 어느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정일은 지난2월 오진우의 사망이후 8개월간 공석이던 인민무력부장에측근인 총참모장 최광을 임명했다. 총참모장에는 김영춘이 기용됐고, 군부의 사상사업을 관장하는 '실세' 자리인 총정치국장에는 조명록이 임명됐다. 차수(차수)였던 최광과 이을설 호위총국장이'원수' 칭호를 받는 등 승진인사도 함께 단행됐는데 지난 92년 '조선인민군'창건 60주년을 기념해 단행된 군 인사 이후 가장 고위급 군 인사였다.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이번 군 인사를 통해 김일성과 오진우 사망이후어수선하던 군부가 어느정도 정리됐으며 자신의 군부장악이 확고함을 대내외에 다시한번 과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김정일이 군부의 영향력 확대에 주력하는 이유는 국가절대권력이 부재한 현실에서 '군'이라는 권위주의적 동원체제를 강화, 내부적 어려움을 풀어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한다. 최근 수재를 비롯, 식량난 전력난 등 총체적 경제난은 민심을 동요시킬수 있는 충분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개방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내부적으로 사상적 통일이 느슨해질 수있는 상황에서 김정일은 권력이 확고히 굳어질때까지 강력한 내부 통제를 위해서라도 군부를 우대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앞으로도 계속 취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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