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서점가 '가격파괴'-파만파

입력 1995-10-13 08:00:00

영국 서점가에 '세기의 도박'이라 불리는 가격 파괴 경쟁이 일고 있다. 1백년이상 지속된 도서가격담합 제도가 최근 파국을 맞았기 때문이다.출판계와 서점계는 앞으로 책값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있고 고객들은 가격경쟁을 좀더 지켜본후 도서구입을 결정하겠다는 태도여서서점가는 한산한 형편이다. 이번 도서 가격 경쟁의 발단은 한 세기도 넘게영국의 책값을 결정해 오던 전국 출판협회 산하의 거대 출판사들이 더 이상담합상태를 유지하지 않기로 하면서 시작되었다. 자꾸 줄어가는 독자와 전자매체의 발달로 현재의 고가 정책으로는 도저히 독자 수요를 끌어 당길 방안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출판업계는 전체 유통량의 절반 이상을 감당하고 있는 몇몇 대형 서점 체인들의 도서 가격 인하 압력을 견딜 수 없었다고 전해지고 있다.이 체인들중 가장 영향력 있는 W·H 스미스에 이어 워터 스톤이나 딜런등전국적인 서점 체인들이공동 보조를 맞추어 철옹성같이 여겨졌던 전국출판협회의 가격통제 메커니즘을 일거에 무너뜨려 버린 것. 우선 소설류에만 실시되는 이번 결정으로 도서 시장은 일대 혼란을 맞고 있다.설상가상으로 일년중 영국에서도서 매출량이 가장 늘어나는 가을철과 크리스마스 시즌이 겹쳐 있어 이번 가격 자유화의 여파는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조차 있다. 이미 WH스미스는 전국방방곡곡에 퍼져 있는수백개의 지점 쇼윈도에 '출판가격 폭파'라는 선전 문구를 붙여 놓고 고객들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최소한 권당 10파운드(약 1만3천원)정도하던 소설책들이 3권에 7천원으로 팔리는등 예전 같으면 헌책값에도 못미치는 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경쟁으로 당분간 휴업상태에 들어간 서점도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런던의 워터스톤서점 체인은 '도서가격 바닥세일'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은 대형풍선을 수백개씩 런던 하늘에띄워 올려 붐을조성해 보려 하고 있다.이같은 가격 인하경쟁으로 서점의판매전략도 박리다매(박리다매)전법으로 변해가고 있다.

2~3권을 한꺼번에 묶어 파는 것은 보통이고 구간 1권에 신간 1권을 함께사면 할인혜택을 더해주는등 기상천외한 판매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헐값에 책들이 쏟아져 나오자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책 전시대를 마련해 놓고책 판매를 부추기고 있는 기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주부들의 찬거리 장바구니에 유명작가의 신간 소설이 함께 들어가는 모습이 더 이상 주목을 끌만한일이 아닌 것이다. 소설류 이외의 도서 출판 업계는 이번 가격경쟁 바람이모든 책에 불어닥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판단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있다. 〈옥스퍼드·권은정〉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