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의원들의 공부부족

입력 1995-10-11 22:08:00

"재탕(재탕)감사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14대 국회의 임기중 마지막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특히 이번 국감은 감사에 나서는 의원들 대부분이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탓에 무리한 한건주의나 폭로식에서 벗어나 꼼꼼한 자세를 보인다해서 칭찬을 받기도 했다.그러나 10일 통산위의 포철에 대한 감사는 이같은 칭찬대상에서 열외로 쳐야 한다는게 감사장을 참관한 이들의 한결같은 마음이었다.왜 이런 평가가 내려졌을까.

해답은 '의원님들의 공부 부족'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포철감사에 나선 의원들중 10여명이 사전에 배포한 질의자료는 1백쪽에 가까웠다. 외형상으로는 과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충실한 자료들로 보였다.

정작 내용물을 살펴볼때는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역시 재탕이었다. 의원들이 제출한 자료의 대부분이 지난 3월 실시돼 6월에 발표가 났던 감사원 감사 결과를 모은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의원들의 자료가 이정도에 그치니 수감기관인 포철의 자세도 "이정도 쯤이야…" 할 정도로 느긋했다.

국회는 입법이라는 고유기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최고급 정보를 취급하는 헌법기관이다. 따라서 감사장내에서의 질의나 발언도 그 수준에 맞춰야할진대 실상은 그렇지 못해 유감을 자아내게 했다.

더구나 오후들어서는 꾸벅꾸벅 조는 의원들이 한둘이 아니었고 감사종료직전에는 의원석 3분의2가빈자리로 남는등 지탄받았던 종전의 모습을 되풀이했다.

결국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열심히 자료를 준비해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극소수 의원에 불과했다.

감사끝부분에서 한참 진행중인 답변을 중단시키고 "서면답변으로 대체하라"는 말만 남긴채 황급히 감사장을 떠나는 의원들의 모습은 이날 부실감사 전체를 대변하는 압권이었다.

이런 모습을 스스로 정리해야 의원자신들의 입에서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말도 사라질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의원상정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포항.박정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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