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95 한글코드 파동

입력 1995-10-10 08:00:00

지금까지 컴퓨터로 한글을 처리하는 방법은 '조합형'과 '완성형'으로구분돼 왔다. 조합형은 한글자모를 초성 중성 종성으로 입력한뒤 조합시켜글자를 완성하는 방법으로 한글창제 원리에 맞으며 한글을 모두 표현할 수있다. 반면 완성형은 한글을 영어나 한자처럼 하나의 완성된 글자로 입력시켜 표현하는 방법으로 한글구조를 무시했다는 단점을 안고있다.한글코드 문제는 정부가 지난 87년 완성형코드를 국가표준으로 지정하는몰지각함을 저질렀기 때문에비롯됐다. 이때 지정한 완성형코드(KS5601-1987)는 한글에서 자주 쓰이는 2천3백50자만을 표현할수 있는 기형적 코드다. 완성형을 채택한 모든 소프트웨어는 한글 고어를 표현하지 못할뿐만 아니라 '똥방각하'의 '똥'자가 '또ㅁ'으로 나오는등 폐해가 많았다. 이에따라 정부는 92년 뒤늦게 완성형과 함께 조합형도 국가 표준으로 지정했다. 상용조합형코드(KS5601-1992)가 바로 그것인데 컴퓨터워드프로세스'한글'(한글과 컴퓨터사)이 바로 이 상용조합형 코드를 쓰고있다.국제 교류증대와 함께각국 문자컴퓨터코드를 일원화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전세계에 호환되는 문자코드를 만들자는 뜻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유니코드'. 우리나라는 지난 4월 국제표준화기구회의에서 6만5천여자나되는 유니코드 공간중 1만1천1백72자용 공간을 확보했다. 1만1천1백72라는숫자는 표현 가능한 현대 한글의 최대 글자수다. 정부는 한글을 가나다 순으로 배열한 유니코드 표준안을 마련, 수년내에 국가공식코드로 사용할 방침을밝혔다.그런데 MS사가 윈도95한글판에 새로운 코드인 통합형 한글코드를 밝히면서 한글코드파동은 불거졌다. 이 코드는 기존 완성형(KS5601-1987) 2천3백50자에 8천8백82자를 추가로 입력시켜 현대 한글을 모두 표현할수 있지만 앞선2천3백50자만 가나다순일뿐 나머지는 뒤죽박죽 섞여있는게 화근이었다. 한글을 망친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MS사는 이 코드를 포기하는 대신 여지껏자신들이 무시했던 KS5601-1992 상용조합형을 윈도95에 채택하겠다는 해프닝을 벌였다.

MS사의 통합형 한글코드는 한글창제 원리를 무시한 점 보다는 대세인 유니코드 채택에 앞서 엉뚱한 새로운 한글코드를 유포,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크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런데도 본질과 달리 '가나다 순서 무시 논쟁'인 빚어졌던 것은 각각 조합형과 완성형을 지지하는 '한글과 컴퓨터사'와 MS사라는 특정업체의 힘겨루기에 여론과 정책이 휩쓸렸기 때문으로 풀이되고있다.

한글코드 파동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내 컴퓨터 업자들과 사용자들이었다.한글코드 파동 속에서 컴퓨터업계는 신제품 개발및 판매에서 큰 차질을 빚었고 정부도 이를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여론에 끌려다니는 무능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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