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창 창당 50주 김정일체제 분석

입력 1995-10-10 08:00:00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50주년을 맞았다.세계의 개방화 조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고수해온북한은 당 창건 50주년을 계기로 큰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당분간 어떤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그동안 '꺾어지는 해'인 5주기와 10주기에 의미있는 변화를 모색해왔다는 점을 감안할때 당 창건 50주년을 맞은 북한의 일련의 움직임을 통해 향후 변화를 예측해볼수 있다.

지난해 김일성 사망후 김정일의 권력 승계가 이루어지면 북한이 개혁과개방이라는 새로운 김정일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제기돼왔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식적인 권력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다 김정일은 변화를 꾀하기 보다 '북한식 사회주의'로 사상적 통일을 강화하고 내부단속으로 권력을 완전 장악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김정일이 최근 발표한 논문 '조선로동당은 김일성 동지의 당이다'에서도그의 이같은 생각을 엿볼수 있다. 김정일은 이 논문에서 "사상의 변질은 당의 변질을 가져오고 혁명과 건설을 파멸의 길로 이끌어 가게 된다"면서 김일성의 유훈통치가 계속 될 것임을 강조했다.

내부개혁문제에 대해서는 "무원칙적인 민주주의가 허용될때 당안에 무질서가 조장돼 사분오열될수 있다"며 당분간 기존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을시사했다. 대남(대남) 정책도 기존의 연방제 통일만을 강조,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 전문가들은 권력승계가 늦어지고있는 것은 김정일이 이미 북한을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권력승계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측면을 지적한다.공식적인 권력승계는 김정일이 김일성을 대신해서 북한을 완전히 영도할 수있는 준비를 갖췄음을 선포하는 의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그러나 권력승계문제와 함께 김일성 사후 변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북한이 노동당 일당독재와수령론에 입각한 일인독재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김정일이 권력을 완전 장악하지 못한채 내부적으로 갈등 요인이 잠재돼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일성은 미미하지만 항일 빨치산 투쟁으로 자연스럽게 군을 장악할 수있었지만 군경력이 전무, 군부의 충성을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김정일에게는 경제적 어려움 등 북한사회의 위기상황과 맞물려 군내에 '반김정일' 감정의 폭발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9일 외교안보연구원과 러시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가 공동주최한 학술회의에 참석한 송한호 민족통일중앙협의회 사무총장도 "김정일이 김일성 사후 1년이 넘도록 최고 권력을 공식승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건강이나 경제난 또는 국제적 고립 등의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의 지도력 부족으로 인한 대중적 지지기반의 취약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군 장악을 위한 김정일의 군 선무(선무) 활동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지난 2월 사망한 오진우전 인민무력부장의 후임으로 측근인 최광 총참모장을 임명한 것도 권력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으로 관측된다.〈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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