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의 서방인 포섭-간첩 날조·미인계 전형적 케이스

입력 1995-10-09 08:00:00

외국인이 소련 입국 비자를 신청하면 그때부터 모스크바 비앙카(KGB본부건물)의 톱니바퀴는 움직이기 시작한다.비자 신청인이 과학자인 경우에는 과학, 기술부가, 실업가인 경우에는 산업보안부, 언론인, 문필가는 특수선전국에서 맡는다. 많은 부서가 협의해 평가한 후 KGB는 비자발급 여부를 결정한다. 냉전기간중 소련을 방문했던 사람은 한사람도 빠짐없이 자기에 관계된 서류가 KGB의 어느 책상에서 평가되고분석됐다고 보면 된다.

발급이 결정되면 상대를 어떤 방법으로 무력하게 하느냐, 감화시키느냐,공작원으로 만들것인가, 또는 단순한 감시에 그칠 것인가를 결정한다. KGB의최초 평가가 어떻게 나왔든 서방 여행자 한 사람이 소련땅을 밟기전에 동향감시담당관이 적어도 1명은 임명된다. 대체로 외국 여행자들은 KGB의 보이지않는 망에 뒤집어 씌어져 소련내 '불미'스런 것과는 완전히 차단된채 혼자가된다. 예를 들어 모스크바내 호텔은 객실이 난수로 배열되어 남의 방을 찾으려면 자연히 호텔종업원의 눈에 띄도록 해 놓았다. 러시아 호텔 11층 287호실과 290호실은 3칸밖에떨어져 있지 않아야 하나 실제는 50m나 떨어져 있다.

일단 '특별관심대상인'(포섭대상)이 되면 강도높은 공작이 펼쳐진다. 여행자 포섭에 적용되는 방법은 화폐조작 및 암거래행위, 간첩행위를 뒤집어 씌운후 협박하는 수법을 즐겨쓰고 미인계를 쓰기도 한다. 또 때로는 마약까지도 사용하는데 이는 KGB 고위층의 승인을 요한다.

이중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섹스공작. '불유쾌한' 사진으로 협박하는 것이다. 특히 70년대 미-소 학자교류가 빈번했을때 즐겨 썼다고 한다. 동성연애자인 경우 더욱위력을 발휘했다. 소련경찰이 바로 그를 체포할 수 있었기때문이다. 지난 84년 미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 소련 스파이 노릇을 하다체포된 리처드 밀러도 스파이세계의 전유물인 돈과 여자의 유혹을 뿌리치지못한 전형적인 케이스였다.

당시 밀러(47)는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로 8명의 자녀를 둔 조용한 가장이었다. 그러나 그도 KGB요원 스베틀라나(34)의 섹스공작에 말려 6만4천달러의금품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미국 기밀문서를 소련에 넘겨주다 체포됐다.63년말 미국의 바르그흔교수는2주간간첩죄로 억류됐다 풀려났다. 메트로폴 호텔입구에서 어떤 청년이 안기고 간 서류보따리가 문제였다. "당신 미국사람이오?"라고 묻고는 갑자기 서류뭉치를 던져준 것이다. 즉시 사복차림의두 사람이 나타나 수갑을 채우고 체포했다. 사건을 날조, 포섭하는데 즐겨사용한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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