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로스쿨싸움 끝내라

입력 1995-10-06 08:00:00

로스쿨도입문제를 놓고 그동안진통을 겪어오던 사법개혁작업이 행정부와사법부의 감정대립으로 불이 붙어 자칫하면 사법개혁자체가 무산되지 않을까우려되고 있다. 어제 이홍구총리가 기자간담회서 사법개혁을 위해선 전문법률대학원의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대법원은 지금의 사법연수원제도를 고집하지 말고 법률대학원 도입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힌데 대해서 대법원이 강력한 반발을 하고 나섰다.이총리는 현행 사법연수원제도는 '낡은 교육'을 답습하고 있어 전자·정보·항공법등 첨단분야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법률안들을 처리할 수 있는전문인력양성에는 역부족이라고 밝힌데 대해, 대법원은 행정처장의 성명을통해 총리의 발언은 사법부를 모독한 것이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이례적으로 강력한 반박을 했다. 원색적인 막말을 주고받은 양측의 느닷없는 감정대립에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사법개혁을 추진해온 정부측의세계화 추진위는 대법원·법무부와 공동으로 개혁안의 핵심인 로스쿨문제를 지난 7월까지 매듭짓기로 했었다. 그러나합일점을 끌어내지 못하고 그동안 막후절충을 벌여오는 동안 이른바 '한국형로스쿨'이라 할 수 있는 국립전문법률대학원을 도입하기로 타협이 된 것으로알려졌는데 이것의 운영문제를 놓고 사법부와 행정부가 팽팽히 맞서 최종합의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률대학원의 예산편성권을 행정부가 내놓지 않겠다고 버티자 사법부는 아예 법률대학원신설문제를 백지화하고 지금의 사법연수원제도를 고수하면서사실상 사법교육제도개혁을 원점으로 돌려놓으려 하자 행정부가 이를 저지하기위해 여론을 부추기는 발언을 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이것은 본질을 깔아뭉갤수 있는 상황으로 몰고갈수도 있는 위험한 짓이다.무슨 일이든간에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자기주장을 펴더라도 한마디의 말에도 조심해야 한다. 이번 총리의 말은 사법개혁의 당위성을 지적한 것이지만 표현방법과 시기가 좋지않았다. 사법부의 지적대로 '부적절한 표현'이라할수 있다. 행정부의 대표로서 사법부라는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말한 것같은 총리의 태도는 합의도출에 큰 장애가 될 것같다.

여하튼 사법개혁은 다수국민들이 바라는 대전제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사법부도 그동안 로스쿨문제를 놓고 불편했던 심기를 표출할수 있는 기회라도 잡은듯 원색적인 반박을 하고 나선 것은 격에 맞지않은 경솔이라고 생각된다. 느닷없는 감정싸움으로 사법개혁문제가 해를 넘기는 불상사는 없어야 할 것이다. 개혁안을 매듭지어야할 시점에서 행정·사법수뇌부의 입씨름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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