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중심대는 이르다

입력 1995-10-06 08:00:00

교육부가 발표한 '전문대학 학사제도 개선및 발전방향'의 핵심은 3년동안9학기를 이수하면 학위를 주는 산업중심대의 신설로 압축된다. 고급인력의산업현장 적응능력을 강조한 새로운 교육형태라는 점에서 교육부의 시안이나름대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교육부의 시안대로라면 3년9학기를 이수, 전문학사를 배출하게 되는 산업중심대가 전공분야의 세분화와현장실습면의 강점때문에 분야에 따라서는 4년제대학보다 산업현장에서 더환영받을 수 있다고 본다.정부측의 장기구도는 4년제대학은 교육과 연구 학문중심으로 유도하고 산업체가 요구하는 전문기술인력의 양성은 산업중심대학에 그 핵심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본란은 정부의 시안이 상당부분 획기적인요소를 담고 있음에도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무릉도원에다 산업중심대학을 만들려는 것이 아닌 이상 현재의 전문대학이안고 있는 숱한 문제점부터 살피고 일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먼저 무려 2백92개에 달하는 전문대학의 학과중 정보통신, 컴퓨터, 디자인등10여개 분야에 대해 우선적으로 전환을 유도한 후 단계적으로 이를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짧은 수업연한과 실습과정의 부실이 전문대학의 본질적인 한계란 점을 당국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결국 현재의 '부실전문대'가'부실 산업중심대'로 옮겨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렇게 될 경우 3년제 과정으로 전문학사 학위를 수여하는데 따른 학력인플레는 불가피한 사실이다.

두번째로는 현재의 부실전문대가 재정난 타개책의 일환으로 대부분이 산업중심대학화 할 경우 학부모들의 늘어나는 등록금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학비 부담문제는 교육당무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 현재 2년4학기와 3년6학기의 전문대, 4년8학기의 일반대에 이어 새로 3년9학기의 산업중심대까지 가세할 경우 학제 세분화가 뿌리 깊은 학력, 학벌주의의 벽을 넘기 어려워 결국은 등록금 부담만 부각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질 저하문제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지나친 교육열과 맹목적이다시피 한 진학수요를 모두 채워주려고 대학난립을 허용하고학위를 남발한다면 고등교육의 저질화는 명약관화한 문제다. 결론적으로 급변하는 산업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4년제 대학에 비해크게 열악한 전문대의 교육여건을 오히려 4년제 대학보다 더 좋게 만드는 일이 선결돼야 할 것이다.

현재만 해도 높은 취업률등으로 겨우 위상을 찾아가고 있는 전국 유수의전문대학은 산업중심대학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산업중심대학안의 적지않은 긍정요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때가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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