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로 끝난 미 심슨 평결 변호인기교에 흑백대결로 비화

입력 1995-10-04 08:00:00

세기의 법정쇼인 OJ심슨재판이 3일 심슨의 무죄석방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이날 로스앤젤레스 형사법원에서 무죄평결이 확정되는 순간 심슨은 안도의표정을 지으며 변호인 조니 코크란을 끌어안았고 이어 배심원들을 향해 손을흔들어 보이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반면 희생자인 로널드 골드만 가족은 믿을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고검찰측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프로축구의 영웅,영화배우출신인 심슨은 지난해 6월 이혼한 아내와그의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었다.

심슨재판은 그동안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며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갖가지 화제를 몰고 왔다. 미국의 거의 모든 TV와 라디오는 법정현장을 마치스포츠중계하듯 연일 주요 뉴스로 다뤘고, 재판정에는 컴퓨터모니터등을 설치해 증인선서등에 사용토록 했으며 84인치짜리 대형 스크린도 마련했다.심슨의 살인혐의를 둘러싼 이같은 소동에는 타블로이드 신문, 출판업자,기념품제작자등의 재빠른 상술이한몫 단단히 했다. 언론주도의 심슨열기에편승, 이들은 '심슨 특수(특수)'를 창출해내며 미국민들의 관심을 부추겼다.이 와중에 심슨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는 책을써내 짭짤한 수입을 올림으로써 '심슨 특수'를 자신이 체험하기도 했다.또 이 재판에는 심슨의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LA흑인폭동 사건때 흑인변론을 맡았던 조니 코크란변호사등 '환상의 팀'으로 불리는 초호화 변호인단이 동원돼 미국판 유전무죄 시비를 낳으며 1백20여명의 증인이 동원되고 9백여건의 증거물이 제시됐다.

심슨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6월13일. 이 사건을 맡기위해 일본계판사와 유태계 검사, 흑인변호사가 등장하고, 평결을 맡을 배심원으로 10명의 여자와 2명의 남자, 인종별로는 9명의 흑인과 2명의 백인, 1명의 히스패닉(라틴아메리카계)이 등장한다.

이에따라 재판은 초반부터 인종-남녀간 대결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는데특히 심슨의 초일류 변호인단은 사건방향을 피의자 심슨이 백인경찰들의 인종적 편견에 의해 조작된 피해자로 몰고 갔다.

여기에다 살인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피묻은 장갑을 발견했다고 증언한마크 퍼먼형사와 한 영화제작자가 나눈 대화 테이프에서 퍼먼이 심슨을 '검둥이'라는 인종차별적 표현을 한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재판은 인종대결양상으로 더욱 치달았다.

배심원 12명중 10명이갖가지 공정성 시비를 이유로 교체되는 우여곡절을겪기도 했던 이번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혈흔의 DNA테스트 결과. 검찰은 발견된 혈흔의 DNA구조가 심슨의 것과 동일하다며 구체적증거까지 제시했으나 심슨 변호인단은 노벨상 수상자와 저명한 법의학자들을동원, 검사 신뢰도가 낮다며 이를 반박했다.

심슨측의 전략은 단한가지. 심슨을 수사한 형사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증거조작쪽으로 결론을 끌어내는 것이었는데 심슨의 승리로이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인종문제가 평결의 큰 변수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후유증을 남길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맡은 한 검사가 최종 평결후 "사건의 본질은 잊혀진채변호인의 기교에 놀아나는 재판과정에 염증을 느낀다"며 "법조계를 떠나고 싶다"고 한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최근 미언론들은 심슨변호인단에 대한 환멸때문에 대학생들 사이에 변호사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고 전한바 있다. 그래서 미법조계에서는 "이번 재판의 피고인은 심슨이 아니라 미국의 사법제도"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LA·최문갑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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