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10월 국군보안사령부윤석양이병의 폭로로 불거진 군정보기관의민간인 사찰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판결이 나왔다. 비록 4년여 끌어온 재판끝에 나온 1심판결이긴 하지만 과거 안보를 명목으로 개인사생활을 멋대로침해하던 정보기관의 관행에 법원이 쐐기를 박는 결정을 내렸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이것을 계기로 우리정보기관들의 운영체계도 시대에 맞게 탈바꿈해야될 것같다.윤이병의 폭로로 민간인 1천3백여명이 보안사에 의해 사찰당하고 있다는사실이 밝혀지자 이중 1백47명의 사찰대상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었다. 이 소송을 맡은 서울지법이 여러차례 재판부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4년여를 끌어오는 동안 재판이 흐지부지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만 깊게했는데 늦기는 했지만 의미있는 판결이 나와 다행한 일이아닐수 없다.
이 사건이 불거졌을때 군정보기관이 민간인들을 사찰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이미 폭넓게 조성돼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정치상황이 이같은 분위기의 현실화를 어렵게 했기때문에 미제상태로 끌어온 것이다. 이제 많은 국민들이잊고있던 문제였는데 판결이 나와 앞으로 최종심까지 이 문제는 다시 큰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35조2항은 국민의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벌률로써 제한할수있다고 기본권에대한 유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보하는 경우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이번 판결은 바로 이같은 자유와권리의 본질적 내용은 꼭 보호해야한다데 초점을 맞춘 뜻깊은 것이라할수 있다.
재판부는 사상이나 신조등에 대한 개인정보수집은 원천적으로 금지돼야하나 꼭 필요한 경우엔 본인으로부터 직접수집하고 이를 원칙적으로 공개해 당사자가 열람할수있게 하고, 잘못된 부분은 고칠수있는 길도 열어주어야 한다고 정보기관의 개인정보수집에 대한 방법까지 제시했다. 이같은 정보수집방법은 모든정보기관이 유의해야할 매우 중요한 대목이라 생각한다.이번 판결가운데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소송을 낸 1백47명중 개인카드만 보안사가 갖고있었다는 89명에 대해선 사찰대상이 아니었다는 부분이다. 정보기관이 개인카드를 갖고 있었다는 것은 언제든지 사찰을 할수있다는충분한 개연성이 있고보면 이들을 사찰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좁은 해석이 아닌가한다. 기본권보호는 가능한 한 넓은 시야로 보고 울타리도 넓게 쳐주는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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