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민현기.계명대 인문대학장)-대학개혁의 안전장치

입력 1995-09-29 00:00:00

요즘 전국 대부분의 대학들은 교육개혁의 열풍속에 휩싸여 있다. 한편으론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의 질적 양적 변화가 예견되는 21세기 세계화국제화 시대를 선도해 나갈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고, 다른 한편으론 앞으로있게 될 전면적인 교육시장 개방에 따른 외국 대학들의 국내진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각 대학들은 교육철학적인 또는 생존을 위한 전략적인차원에서 획기적이면서도 다양한 개혁안들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대학내부진통 산고예컨대 지나친 전공의세분화를 없애고 학문간의 연계성을 강화할 목적으로 계열화한 '학부제'를 도입하거나, 사회의 요구에 발빠르게 적응하고 통합적 사고능력의 배양을 위한 '복수전공제'를 추진한다든지, 틀에 박힌 현행 2학기제를 3~4학기제로 신축성있게 운영하는 '다학기제'의 채택 등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안 발표에따른 대학내의 진통 또한 만만치 않다. 서울의 경우 학부제 실시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집회가 연일 계속되거나 본관점거농성까지 하는 대학도 있고, 교수들 사이에서도 충분한 준비기간과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언론에 공개부터하는 혼란스럽고 파격적인 학사개편안을 놓고, 이건 교육개혁이 아니라 오히려 교육파괴라면서 강하게 비판하는 경우도 있다. 늘 그랬듯이 개혁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치러어야 할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더라도 오늘의 우리 대학들은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 변화를 도모하지 않을 수없다. 급변하는 현실이, 교육환경이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이러한 급격한 대학개혁에 따르는 갖가지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은 무엇인가. 모든 대학들이 반드시 마련해야 할 교육개혁의 안전장치란 과연 어떤 것일까.

**'새것 콤플렉스'만연

먼저, 개혁내용의 획일화를 경계해야 한다. 요즘 전국에서 발표되는 개혁안들을 보면 대학마다의 특색이 별로 없다. 모두들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강박적인 모방충동에 사로잡힌 게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 개성존중의 창의적 교육에 필수적인 다양화, 특성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무엇보다진지하고 고통스러운 모색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소위 '새것 콤플렉스'도 극복될 것이고, 온고이지신(온고이지신)의 지혜도 살아날 것이다.

다음, 삶의 질을 높이는 교과목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 오로지 경쟁적인시장원리에만 충실하여 학생들을 컴퓨터 자판처럼 고도로 기능화시키는 교육에만 주력해서는 곤란하다. 현실과 이상, 과학과 철학이 고루 조화된 전인적교육의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로, 학과통폐합이나 교과과정 개편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당하거나소외감에 빠지는 교수가 생기지 않도록 충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개혁이란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다. 구성원들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면서 추진한개혁은추후 그 정당성과 도덕성을 상실하기 쉽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의 정치현실이 그런 사례를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끝으로, 개혁안 실행 때 예상되는 문제점을 하나하나 철저하게 점검해야한다. 모든 일에는 늘 시간의 완급을 조절하는 제어능력이 필요하다.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 역시 건설후의 관리에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새로운 교육안 실행과정에서 수많은 대학생들이 실험대상이 되거나 억울한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끝까지 치밀한 관리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개혁 획일화 경계를

현재 전국적으로 분주하게 추진되고 있는 대학의 교육개혁작업에서 위의몇가지 안전장치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분명히 졸속이라는 비난을면치 못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멀지않아 또다른 개혁대상으로 떠올라 다시한번 여기저기 시퍼런 칼자국의 흔적을 남기는 서글픈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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