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동해안을 지키자(1)-오·폐수 범벅…연중 '적조'위기

입력 1995-09-26 00:00:00

청정해역 동해가 죽어간다. 깊은 수심과 빠른 조류이동으로 최고의 수질을자랑하던 동해바다. 그러나 내륙의 생활 오폐수, 산업폐수의 대량 유입으로급격히 오염돼 자정력을 상실,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유류유출사고등 외부의조그만 자극에도 엄청난규모의 적조현상이 나타나는등 황폐화의 구체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청정해역 동해의 오염실태와 적조피해를 현장르포로 살펴본다.급속히 확산되고 있는유독성 적조 피해가 큰폭으로 늘어나면서 청정해역인 동해바다 관리를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있다.수산관계자및 어민들은 비록 이번 유독성 적조가 80년대부터 연례행사처럼남해안에서 발생, 해류를 타고 동해안으로 올라오긴 했어도 지금처럼 동해바다 관리를 무방비 상태로 방치할 경우 멀잖은 시기에 동해에서도 유독성 적조가 되풀이될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이미 지역에 따라 화학적 산소요구량이 3등급이하로 떨어져 위험 수준에 다다른 영일만 경우 50만 포항시민이 쏟아내는 하루 8만여t의 생활 하·오수(하오수)와 철강공단을 비롯 산재한 공장에서 흘러들어온 산업폐수와쓰레기, 폐유가 뒤범벅돼 오염수위는 예상외로 위험한 수준이어서 언제든지이번과 비슷한 유독성 적조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또 강구 앞바다를 비롯 항·포구가 겹쳐진 지역앞바다에 4~5년전부터 나타나기 시작, 생물이 살수 없도록 바다 바닥을 하얗게 사막화 시키는 속칭 '갯녹음'현상도 최근들어 빠른 속도로 확산 일로를 걷는등 동해의 상징 청정바다가 몸살을 앓고있다.

포항전문대 수산개발과 명형옥교수(46)는 "산업쓰레기등의 영향으로 80년초부터 남해안에서 처음나타나기 시작한 유독성 적조는 당시만하더라도 여름한철 발생했다 사라졌으나 서서히 확산, 지금은 이른봄부터 늦가을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밝히고 "청정바다 동해를 지키고 보존하겠다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한 동해안도 연중 적조현상을 면치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동해안 어민들 역시 "이미 강이 자정 능력을 잃고 죽어갈때 바다의 황폐화도 예견됐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지금까지 당국의 정책은 무대책이 대책일정도로 소홀했다"며 당국의 무관심을 비난했다.

한편 이번에 포항 영덕 앞바다까지 떠밀려온 유독성 적조는 지난 8월 남해에서 유조선인 시프린스호가 침몰, 기름이 유출될때 이의 확산을 막고 분해시키기 위해 유처리제를 과다 사용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는 주장이 피해어민들로부터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정확한 원인 규명이 요구되고 있다.바닷물 속에 한종류 또는 몇종류의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식해 물이덩어리 모양이나 띠 모양으로 변해 물빛이 적갈색 또는 분홍색을 띠게 되는현상.

물속의 인이나 질소가증대하거나 그밖의 원인이 복합해 생기는데 플랑크톤의 급격한 증식에 따라 산소가 대량 소비되면서 생물체에 해로운 분해산물을 축적시켜 결국 어패류의 대량 폐사를 부른다.

강물을 통해 유입된 산업폐수등 오염물질이나연안어장의 해저퇴적물이적조의 원인인 것으로 알려지고있는데 이번에 경북 동해안에 큰 피해를 입힌적조는 코코로디늄이란 오염물질이 주범인 것으로 추정되고있다.코코로디늄은 바닷물의 자연정화 작용에 관계없이 소멸되지 않고 수온이섭씨 17도 이하로 내려가면 휴면상태로 잠복해 있다가 언제든지 환경조건이맞으면 적조를 유발하는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졌다.

** 동해안 적조특별취재팀=지국현 차장, 조영창기자, 박준현부장대우(경주),최윤채기자(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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