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시베리아의 타이가는 융단이었다. 싱그럽고 부드러웠다. 열대우림이 거친 바다에 비유될수 있다면 이 위대한 침엽수림대는 잔잔한 녹색바다라고 할수있었다.이르쿠츠크에서는 불과 1시간만 달리면 누구나타이가속에 서 있게된다.사람들과 가깝게 있다. 시베리아의 상징답게 타이가는 한도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페레스트로이카 바람이 분 이후 타이가는 무자비한 개발 몸살로 곳곳에 엄청나게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각종 광산이 난립하는가 하면 여기에서 흘러 나오는 엄청난 폐수는 인근을오염시키고 지구의 샘격인 바이칼 까지 영향을 미친다. 나무와 나무들이 어울리고 이어지며 만들어낸 숲~타이가. 최근에는 많은 유전과 가스전이 개발되면서 수천개의 시추홀에서 유실된 원유나 가스로 화재마저 빈발하고 하늘을 치솟는 연기는 대기를 크게 오염시키고 있다.
그 보다 더 지구를 위협하는 일은 마구잡이식 벌목. 엄청난 양의 나무들이베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웬만한 지역의 타이가에는 많은 벌목 인부들이진을 치고 있었으며 보기에도 좋은 길고탄탄한 나무들은 줄지은 트럭으로운반되고 있었다.
이르쿠츠크에서 브리야트 쪽으로 약 300km를 달려 도착한 시보드냐라는 작은 마을에서 산으로 약 2시간을 깊숙히 들어가 취재진은 전통적인 벌목공 팀들과 만났다. 그들은 6명씩 1조를 이루며 5~6개의 조가 그 일대의 나무들을베고 있었다.
'고레치 크루치'(뜨거운 물이 나오는 곳이라는 뜻)벌목회사 소속인 이들은 대부분 20~30년 이상을 벌목작업에 종사해온 베테랑들. 햇볕이 살갑지만산속이라서 한기도 있다. 그래서이들은 모닥불을 피우며 즐비하게 널린 둔중한 공구들을 손질하고있었다. 공구들은 마치 지구를 벨듯한 얼굴이었다.톱니들은 오히려 빛나고 있었다.녹슨 일부 중기들은 빛나는 톱니들에 더욱강한 인상을 심어주는듯 했다.
빙둘러 불을 쬐며 으쓱한 날씨를 녹이고 있는 벌목공중 한 사람이 자신을글리멩코 그리고리에비치(53)라고 소개하며 취재진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먼저 말을 건다. 텁석부리 수염 아래로 톱밥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막 생산하기 시작한 바이칼 보드카를 내밀자 억센 손으로 악수까지 청한뒤 끌어안는다. 가슴이갑자기 죄어 오며 숨이 막힐 지경이다. 지구가 숨막히는것같은 망상이 떠오를 지경이었다. 삼림황폐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을 씹듯이 되뇌인 취재진으로서는 이런 망상은 오히려 자연스럽다.이틀전. 이르쿠츠크의 한 신문은 러시아의 대기권 오존층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베르트 체르니코프 러시아기상관측소장의 말을 인용한 이 신문은 "시베리아의 오존농도는 정상치의 25%에 불과하며 최근 몇년간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벌목장에서 그런 수치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듯 했다. 의미자체가 부질없는 것이었다. 많은 나무를 베고 그에 따른 보수를 두둑히 받으면 만족이었다. 지구가 뭉개지고으깨지고 푹 꺼져버려도 그건 분명히 '나의 일'이 아닌 '남의 일'이었다. 시베리아의 나무들은 이미 수난의 시대를 넘긴듯 체념적이었다. 타이가는 막상 그 숲속으로 들어와 보니 야위고 하늘에서 본 그 웅장한 자태는 실망을 안겨주기에 꼭 알맞았다. 러시아의 총삼림면적 8백59억㎥. 이중 성숙림은 5백11억㎥. 여기의 86%인 4백40억㎥가침엽수다. 대부분 타이가에 있으며 이는 세계 침엽수자원의 60%에 해당한다니 과연 타이가가 인류에 기여하는 폭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통계의 마술은 이곳 타이가에도 어김없이 심술을 부리고 있었다.러시아 삼림당국은 연간 8억㎡의 입목이 성장되고 있으며 매년 4억㎡의 입목만 벌채돼 결국 4억㎡의입목이 매년 축적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강한 주장을 벌채현장에서 접목시키려니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벌채인부들은 한결같이 나무들이 귀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10여년전만 해도 지름 1m짜리 이하는 베지를 안았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만한 둥치는 찾아보기힘들고 좋은 나무를 찾기위해서는 점차 높이 올라가야 한다는 푸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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