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난은 참으로 심각하다. 지형적으로 산지가 많아 논농사가 어려운데다 해마다 찾아드는 흉작과 특히 올해는 7, 8월의 홍수때문에 농작물의피해가 컸다.얼마전 TV에서는 북한의 '강냉이 오사리'에 대해 그들의 홍보자료를 소개방영한 일이 있다. '오사리'는 옥수수의 이삭껍질을 가리키는데, 북에서는이것을 옷감을 짜거나 종이를 만드는 원료로 쓰고있다. 이는 북한의 자연자원부족으로 고심하고 있는 그들 생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북한 주민들의 식생활은 주로 잡곡이나 밭작물에 의존하고 있으며, 식량은보름씩 받는 배급으로 조달한다. 밀과 강냉이(옥수수), 감자를 비롯하여 보리, 콩이 주산물이며, 쌀이 부족하여 중국, 태국등지에서 구입하고 있다. 따라서 잡곡류로 된 먹거리의 어휘 분포를 보면 남한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말들이 다량으로 눈에 띈다.
북한말에서는 '추수'를 '가을걷이'로, '타작'을 '마당질'로 다듬어 쓰고있어 '보리가을', '밀가을', '보리마당질', '콩마당질'등의 낱말이 언중속에널리 유통된다. 잡곡이 주식이 되다보니, 자연히 그것으로 만든 음식의 종류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강냉이밥', '밀밥', '감자밥', '귀리밥'등 잡곡밥을 늘 먹는가 하면, '감자가루', '감자농마'(감자녹말), '강냉이가루', '강냉이농마', '밀가루', '보리가루'로 만든 '감자찰떡', '감자시루떡', '밀가루설기떡', '밀떡', '밀찰떡', '밀겨떡', '귀밀떡', '남새설기떡'을 특별한날에 먹는다. 뿐만 아니라, 튀김류인 '감자튀기', '강냉이튀기', '콩튀기','남새튀기'와 지짐류인 '감자지짐', '강냉이지짐', '밀지짐'이 있는가 하면감자로 빚은 '감자술'이 있어 남쪽 애주가들의 호기심을 돋운다. 한편 그들은 '감자국수', '강냉이국수', '귀밀국수' '남새비빔국수'등 면류도 즐기는데,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원조가 그곳이고 보면 그도 짐작이 간다. 게다가'국수떡'과 '국수강정'도 있다고 듣고있다.
잡곡밥은 우리에게는 때때로 입맛을 돋워주는 별미로 생각되지만, 소위 '이밥'을 먹기 어려운 북한 주민들에게는 '잡곡밥'을 주식으로 식탁에 올릴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이것이 주는 의미와 감정가치는 서로 판이하다. 요즈음 우리는 지난날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에 먹었던 '꽁보리밥'과 '주먹밥', '옥수수빵'과 '우유빵'에 대한 향수로 가끔 이것을 찾아 상미하기도 한다. '잡곡밥'에 대한 남북의 상반된 두가지 현실은 그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닐수없다. 홍사만〈경북대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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