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가 돌아왔어. 저기 섰잖아" "정말요? 이게 웬 일이야. 몇 해만에,저 애가…" 한서방과 도담댁의 놀란 목소리다. 그들이 황망히 마당으로 나선다.삽짝을 거쳐 우리 집으로 돌아온다. 내 앞에 선다. 도담댁이 가까이에서내 얼굴을 본다.
"맞네, 시우가 맞아. 북실댁이 그렇게 기다리던 손주가 왔구나. 어디서 살다 이렇게 왔는고. 헌출한 장골이 돼서"
도담댁이 울먹인다. 내 팔을 잡고 흔든다. 한서방도 내 어깨를 다독거린다. 나는 부끄럽다. 머리를 숙인다.
"시우야, 할머니가 얼마나 반기겠니. 자네를 잃고 허구헌날 눈물로 지새다…" 한서방이 감격한다. 뒷전에 서 있는 짱구와 순옥이를 본다. 허리를 곱송그려 둘에게 절을 한다."시우와 함께 오신 분들이구먼요. 누추한 산골까지귀한 걸음하셨습니다" 한서방이 아내에게 말한다. "여보, 경사가 났는데 이렇게 있다니. 불부터 켜. 두 분을 우선 방으로 모셔야지. 내 얼른 이장댁에다녀올께"
한서방이 부리나케 마당을 나선다.
"노친네 놀라 혼절하실라, 뜸들여 말해요"
도담댁이 서방에게 소리친다. 도담댁이 대청마루를 거쳐 큰방으로 들어간다. 형광등을 켠다. 마루의 형광등에도 빛이 들어온다. 집안이 환해진다. 도담댁이 짱구와 순옥이를보고, 방으로 들어오시라고 말한다. 둘은 괜찮다며건넌방 앞 쪽마루에 걸터 앉는다. 나는 큰방을 들여다 본다. 낡은 이층농이그대로 있다. 늘 반짝이던 농 장속이 빛나지 않는다. 그 농은 할머니가 시집올때 해왔다는 농이다. "나를 낳고 아버님이 텃밭 귀퉁이에 벽오동나무 묘목두 그루를 심었데. 내 시집올때 그 나무를 베어선 읍내 소목에게 맡겼단다.이 농과 예물함을 짰지" 할머니가 농 장석을 닦으며 말했다. 기와 빻은 잿물을 볏짚에 찍어 문질렀다. 장식이 윤이 났다. "오동나무는 벌레가 안먹고 가벼워 예로부터 가구감엔일등 재목이지" 아버지가 말했다. 할머니는 아주까리 기름을 헝겊에 묻혀 나무결에도 광을 냈다.
고샅길이 부산해진다. 여러 사람이 웅성거리며 몰려온다. 나는 어디든 숨고 싶다. 얼굴이 화끈해진다. 가슴이 활랑거린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우라니. 시우는 내 손자야. 내 젯상 차려줄 친손자라구. 그런데 걔가어떻게 왔지? 저승사자가 보내줬나?"
사람들이 집안으로 몰려든다. 윤이장이 할머니를 부축하고 있다. 허리 굽어 더욱 작아진할머니다. 나는 할머니 하고 부르고 싶은데, 말이 안된다.가쁜 날숨만 내쉰다. 마을 사람들이 나를 에워싼다. 뭐라고 짓떠들어댄다.내 얼굴을 고개 빼고 살핀다. 할머니가 도담댁처럼 내 얼굴을 바싹 가까이에서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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