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입김 막강 입지 한계

입력 1995-09-20 00:00:00

유엔의 주요기능으로는 흔히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경제적.사회적 개발촉구, 인권보호, 탈식민, 국제법 발전촉진 등이 일컬어진다.그러나 유엔은 '국가안전보장'이라는 창설당시의 이념이 말해주듯 주로 국제분쟁의 해결을 위해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탈냉전시대가 펼쳐지면서 상황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유엔이 '국가안전보장'은 물론 '인간안전보장'과 '지구안전보장'이라는 이념의 실천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최근 유엔인도국(DHA)은 막대한 수해를 입은 북한을 방문, 조사를 마친후구호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유엔인도국의 북한지원은 북한의 요청에 의한것으로 지난 50년 한국전때 유엔이 북한의 대남도발을 응징한걸 상기하면 격세지감을 갖게하는 일임에 틀림없다.지난 3월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사회개발정상회의, 지난해의 카이로 세계인구회의, 93년의 비엔나 세계인권회의, 92년의 리우 환경정상회담등도 유엔의다양화한 임무수행을 반증해주는 사례들이다.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도 유엔기능의 다변화를 확인이라도하듯 "우리 인류에게는 50년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환경오염, 국제적 범죄,마약같은 문제들에 직면해있다"면서 "세계가 냉전종식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음에 따라 유엔역시 새로운 역할과 요구에 부응해야 할것"이라고 강조한다.그러나 유엔의 역할이 새롭게 다양화한다고 해서 '국가안전보장'이라는 창설당시의 이념을 소홀히할수는 없는 입장이다. 냉전시대의 강대국간 직.간접대결이 사라진 현재에도 지구촌곳곳에서 속출하는 분쟁이나 국지전을 바라보고만 있을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유엔이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데 있다.

유엔의 한계는 우선 안보리의 구조적인 비합리성에 기인한다. 발족당시 51개 회원국에서 현재 1백85개국으로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5개 상임이사국이거부권을 쥐고있다는 것은 강대국 중심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대부분회원국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안보리 개편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개편방안으로는 미국 러시아중국 영국 프랑스등 현재의 5개 상임이사국에 일본 독일 2개국을 상임이사국으로 추가하자는 안과 이들 2개국을 포함하되 지역 대표성을 부여하기 위해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지역에서 각1개국씩을 더해 모두 5개국을 늘리자는안, 현행대로 5개 상임이사국 체제를 유지하되 비상임이사국의 연임금지규정을 폐지, 상임이사국의 증대효과를 꾀하자는 안이 혼재하고 있는 상황.여기에다 새로운 상임이사국에 대한 거부권부여 반대에 이르기까지 복잡한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예를들어 독일은 유럽의 라이벌인 프랑스와 영국이 상임이사국 거부권을 갖고있는점을 들어 거부권이 주어지지 않는 상임이사국행은 '자존심'문제라며 '사절'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문제에 대해선 한국과 중국이 미묘한 입장. 이는 양국 모두 일본과는 특수한 역사적 관계를 갖고있기 때문으로 한국은 일본이 거부권을 쥘 경우 한반도통일문제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는 외교전문가의 설명이다.

그러나 유엔의 한계성을 부채질하는 더 큰 문제는 유엔이 아직도 강대국의손놀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미국이 보스니아사태의 평화유지업무를 위한 미군파견을 꺼리고 있는 점이나 프랑스와 중국이 전세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재개하며 유엔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 것등이 그좋은 예다. 유엔은 결국유엔자체의 개편.개혁과 재정난 탈피, 강대국의 자국 이기주의 극복등 힘겨운 과제들을 안고있는 상태로 이 험난한 과제들을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본부.최문갑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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