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푸른나무(221)-강은 산을 껴안고(13)

입력 1995-09-20 00:00:00

주위로 산이 멀찍이 물러선다. 강변 자갈밭이 넓다. 달빛 아래, 눈에 익은아우라지 풍경이다. 나는 이제 차에서 내려도 집을 찾아 갈 수 있다. 철교가강에 걸렸을텐데, 하고 생각하자. 철교가 나온다. 그 철길은 송천을 따라 얼마가지 않아 종점이 된다. 구절리다. 구절리에서 내려오는 강이라 하여 송천을 구절천이라고도 부른다. 구절리에는 큰 광산이 있다. "석탄광이 있어 정선에서 구절리까지 철도가 놓였지"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와 나는 구절리뒤 하지재를 오르기도 했다. 재 위쪽의 나락산에 오르면, 멀리로 아우라지일대가 내려다 보였다.여량 입구에 주유소가 나온다. 시골에도 주유소가 너무 많이 들어섰다. 짱구가 길가에 차를 세운다. 짱구가 주유소 건물로 간다.

"저쪽으로 가서 나룻배를 타야 해"

짱구를 보고 창문 밖으로 내가 손짓한다. 잠시 뒤 짱구가 돌아온다. 밤에는 나룻배가 쉰다고 짱구가 말한다.

"우리가 지나왔던 다리로 건너가면 된대. 마두, 유천리, 유천리 맞지?""유천리 맞아. 우리 동네는 따로 있어, 내가 알아."

"여량에는 여관도 여럿 있대. 방이 비좁으면 여량으로 나오면 돼" 짱구가차의 시동을 걸며 말한다. 뒤를 돌아본다. "예리, 우린 여관으로 나와 한 코할까?"

"쿠션이 빈약해 여자축에 안낀다며?"

"나도 별 생각없이 해본 소리야. 딴 방 쓰면 언놈이 너 덥칠까봐"승용차가 출발한다. 왔던 길로 돌아간다. 튼튼한 시멘트다리를 건넌다."마두, 지금부터 길 잘 봐. 엇길로 빠지면 안되니깐"

짱구가 말한다. 나는 바깥을 열심히 내다본다. 달빛 아래, 벼가 잘 익었다. 오른쪽으로 빠지는 샛길이 나온다.

"이쪽, 이쪽으로 가야 해"

내가 말한다. 말할 사이 샛길을 지나쳐버렸다. 차가 뒷걸음질친다. 샛길로들어선다. 차 두대가 겨우 빠져 나갈 길이다. 포장이 되어 있다. 내가 떠날때는 포장이 되지 않은 길이었다. 짱구가 승용차를 천천히 몬다."저기, 저기야"

내가 오른쪽을 손가락질한다. 푸른 달빛 아래, 마을이 나선다. 함석집, 기와집 열두엇이 도란도란 모여 있다. 집집마다 과실나무들이 서 있다. 나는드디어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목이 멘다. 코 끝이 찡하다. 눈 앞이 뿌예진다. 나는 손등으로 눈을 닦는다.짱구가 동네 어귀로 차를 몰아 넣는다. 공터가 나온다. 차를 세운다. 개가 콩콩 짖는다. 내가 집을 떠날때, 우리집 강아지가 생각난다. 짖는 개가 복식이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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