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쿠르드족 통합노력 실패

입력 1995-09-18 08:00:00

이라크북부지역에 쿠르드족의 통합정부를 수립해 이라크에 대한 견제와 압력을 행사하려던 '미국판 이이제이' 외교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지난19일부터 4일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미국중재로 열린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민족연맹(PUK)간의 통합정부수립회담이 아무 결실없이 끝났다.지난92년 걸프전이 끝나고 이들 두당의권력분배에 의한 통합정부가 수립됐으나 이듬해 석유이권을 둘러싸고 해체됐었다.

쿠르드족거주지역의 석유수송트럭들이 하루에도엄청나 이들 트럭에 부과하는 세관의 통과세수입이 상당해 이를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붕괴된것.

당시 통합정부와 이라크사이의 '국경'을 통과하는 이라크석유수송차량은매일 수백대에 통과수입만도 15만달러(1억2천만원)에 이르렀던 것.이들 이익을 서로 차지하려고 두당은 비슷한 민병대전력을 갖고 전투에 들어가 서로의 피해만 낸채 지난8월11일 휴전에 들어갔다.

물론 이전쟁에서 PUK는 쿠르드지역 주요도시와 북이라크지역의 수도격인이르빌시를 점령하고 KDP는 이라크와의 경계선에 위치한 세관지점들을 차지했다.

미국은 이처럼 양당이 찢어지자 이라크에 대한 견제나 압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고 판단,이들의 재통합정부수립을 강력추진해왔던 것이다.중재에 나선 미국은 더블린회의에서 PUK는 이르빌시를 철수,비무장지대화하고 대신 KDP는 통관세수입을 PUK에 되돌려주도록 설득했으나 양측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그만큼 이들 두당에게는 통과세수입이 양보할 수없는 알짜배기인 셈이다.한편 미국의 관심못지않게 터키도 통합정부수립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쿠르드족이 압도적인 터키남동부지역에대한 자치권을 요구하며 분리주의정책을 추진해온 쿠르드노동자당(PKK)과의 연대가능성등에 대한 우려때문이다.

KDP와 PUK가 통합정부를 수립할 경우 전통적으로 PKK에 대해 우호적이었던PUK로서는 PKK의 분리정책을 외면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연유에서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대통령을 '눈엣가시'로 여기며 골치를 앓는 미국으로서는 어떻게하든 이들 쿠르드정당을 한데묶어 둘 필요가 절실한 것이다.회의실패로 공동성명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은 10월 다시 회담을 중재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낼 것으로 보인다. 〈정인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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