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색인종 "수난시대"

입력 1995-09-18 08:00:00

15일 러시아 사회단체인 '인권감독'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내 유색인종과중앙아시아 및 코카서스 주변 민족들에 대한 인권탄압을 고발했다. 특히, 인종과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러시아 경찰에 의해 살해당한 사례를 들어 현러시아 정부와 모스크바시의 인종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했다.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모스크바 시내에서 경찰이 쏜 총을 맞고 숨진 짐바브웨출신 흑인과 거리행상 도중 경찰의 구타로 숨진 아제르바이잔인 둘 다사망의 간접적인 원인은 인종적 이유이다.한 목격자가 '인권감독'에 고발한 바에 따르면, 사소한 시비를 해결하기위해 대학 기숙사를 찾아온 경찰이 19세된 짐바브웨인 대학생 기돈 침소보에총을 겨누며 "더러운 검둥이"라고 욕을 했으며 이에 겁을 먹은 침소보가 도망가자 등에 대고 쏴버렸다는 것.

모스크바 시내에서 노점상을 하던 한 아제르바이잔인도 경찰의 단속에 대해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경찰이 휘두르는 곤봉에 맞아 숨졌다는 것이다.

모스크바시나 연방당국은 정치적 위기상황이 도래했을 경우 공권력에 의한외국인의 주거제한등 탄압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안은 구소련시절 제정된 것으로 현 러시아 헌법에는 위배된다.

러시아인들이 특히 싫어하는 민족은 코카서스 산악지역 출신인 체첸인, 그루지야인, 아제르바이잔인, 아르메니아인. 강도나 마약밀매업자, 무기밀매상들과 동일시되는 이들 '유색인종'들 중 모스크바 거주허가증을 소지한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불법체류자인 셈이며, 따라서 경찰의 무차별 탄압에도 이렇다할항의조차 못하고 있는 셈.

'인권감독'의 레이첼 덴버 대변인은 "현재 모스크바에서 벌어지는 이러한폭력사태는 국가위기상황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며 주거허가및 금지제도에 대해 강한 반발을 표했다.

모스크바에 사는 이들 '유색인종'은 물건을 사러갈 때도 가족중 제일 피부가 흰 사람을 보내고 어떤 경우는 아예 몇개월씩 밖으로 나가지 않는 등 생존을 위한 '자연도태'를 택하고 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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