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217)-강은 산을 껴안고(10)

입력 1995-09-16 08:00:00

승용차가 강 가까이로 차츰 높이를 낮춘다. 강을 따라 달린다. 한참을 가다 강을 버린다. 산등성이로 빠져 오른다. 옥수수밭이 이어진다. 수수깡의늘어진 잎이 바람에 떨고 있다.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다. 삼거리가 나온다. 짱구가 전조등을 켠다. 속력을 늦추고, 이정표를 본다. 아래쪽 뚫린 길로 차를 몬다. 운전석 쪽으로 다시 큰 강이 나온다. 아까와 다른 강줄기다.이제는 정말 눈에 익은 강 풍경이다. 강녘이 달빛에 살아난다."조양강이야"내입에서 탄성이 나온다.

"조양강? 너네 동네가 보이니?"

"안보여"

"어디로 가는데?"

"어디로?"

나는 방향을 구별할 수 없다. 강이 어느쪽으로 흐르는지 알수 없다. 잠시뒤, 멀리로 많은 불빛이 보인다.강 건너편이다. 저렇게 큰 마을은 읍내 밖에 없었다. 나는 읍내로 더러 나가보았다. 그것에 아버지가 근무하던 중학교가 있었다.

"정선읍 같다"

순옥이가 말한다.

"꺼꾸로 가고 있어"

내가 말한다. 나는 아우라지가 어디에 있는지 비로소 짐작한다. 아우라지에서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강을 따라 내려왔다. 강 건너에 읍내가 동그맣게자리잡고 있었다. 읍내로 들어가자면 다리를 거너야 했다.

"그럼 아까 삼거리에서 북으로 가야 아우라지가 있겠군. 마두, 착오 없지?"

"착오? 맞아"

"일단 읍내로 들어가"

순옥이가 말한다.

"너가 이 차 보슨가?"

"그러기로 했잖아. 저녁 내가 사기로"

"마두가 속타겠군. 할머니 만날 시간이 늦춰지니"

"기대와 희망은 부풀수록 좋잖아. 고민과 절망은 짧을수록 좋구""내 그런 문자 쓰면 키유가 말했어, 이빨로 논설 깐다구""요즘 대학 입시는 논설 잘 까야 합격되는 줄 몰라? 오빠, 그런 말했지?이것 저것 챙겨두면 남 주냐구. 나도 유식꾼 테이블에서 듣는 귀가 있어. 챙겨두다 보면 골 때릴 일이 더 많아. 마두오빠처럼 모르면 편할 일이 많지"승용차가 조양강에 걸린 다리를 건넌다. 다리 옆에 또 다리가 있다. 전에는 다리가 하나 뿐이었다. 새 다리를 놓은 모양이다. 어느 사이 어둠이 짙게내린다. 달빛이 살아난다. 강물이 푸르름 속에 잠긴다.

승용차가 읍내 중심거리로 들어선다. 길가 상점에 불이 밝다. 네온사인도번쩍인다. 짱구가 간판들을 살핀다. 어느 음식점 앞에 차를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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