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배고픈 해결못한 민주화

입력 1995-09-16 08:00:00

되찾은 민주주의도 국민들의 배고픔을 덜어주진 못했다.오는 18일이면 아이티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던 군부독재가 종식된지 꼭일년이 된다. 3년간의 군부독재로 6천명 이상의 이웃과 형제, 자매가 목숨을잃고난 뒤였기 때문에 비록 외세에 의해 찾은 민주주의였지만 아이티인들에게 되찾은 자유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다. 더 이상 테러를 피해 일찍 귀가하는 사람도 없고 거리에 나뒹굴던 시체도 이젠 볼 수 없게 됐다.그러나, 군부독재 축출을 위해 취해진 수출입금지조치로 찌들릴대로 찌들린 아이티 경제만큼은 정치문제처럼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그간 12억달러(9천4백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외국원조와 외채의 전액 탕감 등 조치가 취해졌지만 아이티 경제를 회복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문맹인동시에 실업자인 아이티는 아직도 정치적 불안정이계속됨으로써 외국투자자들이 진출을 꺼리고 있다. 수출입금지 조치로 문을닫았던 몇몇 공장들이 재가동하면서 약 1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지만 경제난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축출될 당시만 해도 미국을 '거대한 자본주의 악마'라고 비난했던 아리스티드대통령도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등 '자본주의의 해악'을 받아들일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하고 있으나 인적자원, 물적자원 어느 것 하나 충족되지 못한 아이티를 풍요하게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이티 주재 외국관리들에 의하면 아리스티드는 생활고에 대한 국민들의불평, 불만을 오히려 지지 기반 확대에 이용하는 등 아이티를 이끌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 미국이 자신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저하시킬 목적으로 일부러 원조를 묶어두고 있다고 선전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군부독재의 부활가능성을 넌지시 비추는 것이다.

내년 2월이면 국민투표에 의해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고 아이티 주둔 외국군대도 아이티 경찰에 치안업무를 이관하고 떠난다. 그 어떤 것보다 아이티 국민들을 괴롭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는 경제적 불만을 등에 업은 세력이 다시 한번 쿠데타로 독재정권을 창출할지 모른다는 우려이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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