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유학시절 기숙사를 얻지 못하여 '마트라이'라는 시외에 방을구한 적이 있었다. 방문객이라고는 2층 주인할머니 뿐인데, 어느 날 얼굴은서양인이면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분이 찾아왔다. 이 조그만 동네에 한국인 학생이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격려해주기 위해서였다.한창 된장맛이 그리웠을때 그 분의 덕으로 오랫만에 된장국을 실컷 맛볼수 있었다. 그 이후 그분과 친해지고 그분 가족과 이웃들과도 친해져 낯선이방인(?)이라는 따가운시선을 받으면서도 훨씬 즐겁게 그 시절을 보낼수있었다.그분은 오스트리아의 대학병원에서 5년째 간호원으로 근무하던 중 광주교구로부터 소록도에서 봉사할 간호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지원했다고 했다.
당시 소록도는 내나라 사람들도 꺼리는 곳이었다. 아릿따운 소녀시절의 꿈을 다 뒤로하고 낯선 외딴섬, 그것도 남의 나라 그것도 버려진 곳에서 평생을 헌신하고자 자원한 마리안네.처음에는 손수 연탄불도 갈아야 했다니 추운방에서 떨기도 하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그러나 고생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항상 환한 웃음이 얼굴에 가득하여아름다움이 표정으로, 언어로 배어 나왔다. 어머니의 병환으로 잠시 귀국했을 적에도 소록도의 가족(환자)들을 걱정하며 잊지 못해하는 모습이 예수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며 사는 천사처럼 보였다.
40년 이상을 이른 아침부터 환자들을 보살피는 것으로 시작한 그분의 희생적인 삶은 벌써 환갑을 넘어섰다.
이번 가을에는 그분의 사랑이 곳곳에 배어있는 아름다운 소록도를 한번 찾아야겠다. 〈피아니스트·대구신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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