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체납 유엔 살림살이 "비상"

입력 1995-09-13 08:00:00

유엔이 올들어 유례없는 자금난에 시달려 제기능을 못하고 갈수록 빛을 잃어가고 있다.이는 보스니아내전을 비롯한 지구촌분쟁이 줄을 이어 유엔의 할일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과는 달리 회원국들의 기부금체납이 줄지않고 있기 때문이다.유엔이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들이 6월31일 현재 체납하고 있는 기부금은 26억달러에 이른다는 것.

여기에는 유엔의 경상비용인 8억6천5백만달러와 국제평화유지업무비용 17억4천만달러가 포함돼 있다.

이같은 기부금체납의 악순환으로 유엔평화유지활동에 군대와 장비를 보낸국가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조차 제대로 지급치 못하는 초라한 몰골인 것이다.

따라서 유엔이 연말까지 이들 평화유지군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빚은 무려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부트로스 갈리유엔사무총장은 전망했다.현재 유엔은 지구촌 16군데에 7만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분쟁해결에 힘쓰고 있다.

한편 유엔에 가장 많은 기부금을 체납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으로 6월말현재 체납액만도 전체 체납액 26억달러의 절반인 12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의 살림살이가 이 지경에 이르자 갈리총장은 회원국들에게 체납액납부독촉에 나섰으나 쪼들린재정형편이 당분간 호전될 가능성은 희박한 실정이다.

갈리총장은 보고서를 통해 "충분한 기금없는 유엔의 역할증대는 의미없는일"이라 밝히고 유엔의 입장을 소방서에 비유하는 궁색함을 감추지 못했다."맹렬히 번지는 불길을 잡기위해 시내소방서 요원들이 긴급출동됐으나 장비는 없고 이제 막 소방장비를 구입하기 위한 모금이 시작되고 있는 단계일뿐이다"

갈리총장은 자금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유엔은 회복불가능한 손상을 입을뿐만아니라 세계는 심각한 분쟁과 투쟁의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돈없는' 유엔의 궁핍한 살림살이를 맡은 갈리총장의 가슴은 내전으로 검게 잔해만 앙상한 보스니아의 전쟁터처럼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는 것이다.〈정인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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