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산길 굽이굽이 천년의 숨결

입력 1995-09-13 00:00:00

남산의 40여개 골짜기에 산재한 1백여곳의 절터와 60여구의 석불, 40여기의 탑을 하루 혹은 반나절에 다 볼 수는 없다. 하루 동안 많은 유적과 유물을 보고 싶다면 삼릉골로 올라가서 용장골을 거쳐 칠불암으로 내려오면 된다. 남산 전체에서 유적이 제일 많은 골짜기는 삼릉골(냉골)로 열여덟 개의유물이 발견됐다.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유적은 칠불암이고 가장 큰 절터는용장사다.**삼릉골에서 금오산 정상까지

포석정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약4백m 가면 배리 삼존석불이 있는 삼불사입구가 나온다. 삼불사 입구에서 국도를 따라 4백m 더 가면 울창한 노송 숲으로 둘러싸인 삼릉에 이른다.

이 곳을 남산 종주의 첫 출발지로 삼는 것이 좋다. 경주 시내에서 용장리로 가는 시내버스가 이곳을 지난다.

움직이는 햇살에 따라시시각각 달라지는 신비한 미소로 유명한 삼존불상은 삼불사 뒤쪽 얕은 담장과 보호각 속에 있다. 그러나 이제 그 미소를 볼수 없게 되었다. 비바람으로 인한 마멸을 줄인다는 이유로 보호각 속에 가둬 두었기 때문이다. 삼불사 입구에서 언양쪽으로 약4백m 지나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삼릉계곡이 시작된다. 아달라왕과 신덕왕, 경명왕의 능으로 추정되는 세 왕릉이 계곡 입구에 있어 삼릉계곡이라 불린다.삼릉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맨먼저 만나는 불상은 목이 잘린 채 결가부좌하고 있는 석불좌상이다. 70년대중반까지 동남쪽 계곡에 묻혀있던 것을 발굴,지금 장소로 옮겨놓았다. 때문에 마멸이 심하지 않아 불상의 옷주름이또렷하고 옷 매듭이 아름답다.

이 불상에서 왼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40m쯤 오르면 높이 솟아오른 돌기둥 위에 새겨진 마애관음보살상을 만난다.

관음보살을 보고 삼릉골을 따라 2백m 오르면 개울 건너 널찍한 곳에 암벽이 펼쳐진다. 앞뒤로 솟아있는 큰 바위에 정으로 쪼아 새긴 것이 아니라 붓으로 도화지에 그림 그리듯이 각각의 암벽에 삼존불을 그려놓았다. 마애선각육존불상이다. 다시 위쪽으로 5백m 되는 지점에 또하나의 선각여래좌상이있다. 몸체는 선각을 하고 얼굴만 돋을새김을 하였다.

선각여래좌상이 있는 곳에서 계곡 아래쪽으로 약 3백m정도 내려가면 얼굴아랫부분을 시멘트로 발라놓은 흉측한 인상의 석불좌상이 나타난다. 이 석불은 보물 제666호인데 보수를 하느라 시멘트를 바른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은 손보지 않은 것만 못하다.

상선암은 남산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암자다. 삼릉골 석불좌상 뒤쪽으로 약1km 정도 걸어올라 상선암에 이르면 남산 불상중 가장 크고 조각이 우수한 마애석가여래 대불좌상을 볼 수 있다. 높이 5.2m, 무릎폭 3.2m,연화대좌의 폭이 약 4.2m이다.머리부분은 돋을새김을 하였으며몸아래쪽으로 갈수록 선각에 가까운 조각으로 단순화돼있다.

**금오산 정상에서 약수골, 용장사까지

약수골은 이름과 같이 안질에 효과가 있는 약수가 나온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이 골짜기에는 절터가 여섯 군데 있고 불상 둘과 석탑 하나가 있다.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금오산 정상의 헬기장 아래쪽에 있는웅대한 마애불이다. 머리는 다른돌을 조각해서 만든 구조인데 아깝게 없어지고 목부분 아래만 남아있다.

고위봉과 금오봉 사이로 흐르는 용장골은 남산이 많은 계곡중 가장 깊고큰 계곡이다. 용장골에 들어서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석탑이 하나 있다.용장사터 삼층 석탑이다. 남산전체를 하층 기단으로 삼아 남산에서 가장 위엄을 갖춘 유물이다. 3층석탑 아래로 10m정도 내려가면 암벽에 결가부좌한자세를 취하고 있는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단아하고 깔끔한 인상을 주는 이 불상은 기법이 사실적이면서도 밑부분의연꽃무늬 때문에 환상적이다.

용장사터 석불좌상은 둥근 형태의 특이한 3층 대좌위에 몸체만 남아있는석불이다. 신라경덕왕때 용장사 주지였던 대현 스님이 염불을 하며 불상주위를 돌면 불상도 스님을 따라 얼굴을돌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있다.

**신선암에서 내려오는 길

용장사터에서 내려와 용장계곡을 계속 따라 올라가면 호수가 나온다. 이호수에서부터 다시 산을 타고 봉화골 정상에 이른다.

봉화골 정상에서 기기묘묘한 암석들을 밟고 내려오면 절벽에 몇사람이 쉴만한 평평한 자리가 있다. 이 자리에서 조금 내려가 오른쪽으로 난 좁은 절벽길을 따라 20m쯤 들어가면 동쪽으로 돌출된 바위면을 다듬어 얕게 감실을파고 이를 광배 삼아 형상을 두껍게 새긴 신선암 마애보살상이 나온다.신선암 아래 깎아지른 절벽밑으로 칠불암이 보인다. 내려가는 길이 무척가파르다. 높은 절벽을 등진 뒤쪽 자연암석에 삼존불이 있고 그 앞쪽으로바위 네 면에 불상이 조각된 돌기둥이 솟아있다. 칠불암까지 내려오면 하산길이다. 계곡길이 끝나는 마을 어귀에 남산동 삼층쌍탑이 반갑게 맞는다.〈조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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