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영남의 젖줄-첫생태계 조사' 상류의 식생

입력 1995-09-12 08:00:00

하천 변의 식생을 비교해 보면 상류.중류.하류 지역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보인다. 하천변에서 볼 수 있는 식물군락의 분포차이는 그 곳 토양의 물리화학적 특성에 의존한다.토양의 수분함량과 토양성분의차이에 따라 식물군락 형태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토양이외의 다른 요인은 홍수다. 그 지역이 홍수피해를 입는 횟수와강도에 따라 식생분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낙동강 상류지역인 청량사 이북 쪽은 계곡의 폭이 좁고 바위 등이 많은 특성 때문에 산과 바로 연결된 식생분포를 보인다. 이 때문에 청량사 하류쪽부터 늪지나갯버들 군락이 폭넓게 형성되기 시작하고 갈대밭이 나타나는 등 전형적인 강변 식생이 나타난다.

낙동강 전체로 보면 청량사 지점은 상류 지역에 속하지만 청량사 인근의하천은 중류 지역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강물이 산을 감돌아 흐르면서 사행부(사행부) 바깥쪽으로는침식작용이 일어나고 한편으로는 유속이 다소 느려지면서 퇴적작용도 뚜렷이일어난다.이 지역은 침식과 퇴적의 양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청량사 바로 아랫지점인 안동시도산면가송리 강변 마을 맞은 편에는 자갈과 모래로 뒤덮인 폭 50m,길이 1㎞ 가량의 사구(사구)가 숲과 조화를 이루면서 잘 펼쳐져 있다.

이 지역은 가장 초보적인 강가늪지 형성 단계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이 지역에는 갯버들과 달뿌리풀, 갈대가 적당히 어울려 군락을 이루고 있다.이들 군락들은 홍수 때는 물에 잠기고 평상시는 물이 빠져 지상으로 몸체를드러낸다.

달뿌리풀은 계류의 하상에 가장 먼저 나타나기 시작, 수m에서 10m까지 지상에서 돌과 바위를 건너 뛰면서 가는 줄기를 뻗쳐 중간 중간의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체번식을 한다. 이 뿌리가 하상에 활착,홍수 때는 물 속에 잠겼다가 물이 줄어들면 잽싸게 원상태로 돌아가 줄기차게 모래사장위로 뻗어나간다.

모래나 자갈 언덕에 달뿌리풀이 자리를 잡으면 물에 떠내려온 다른 식물들의 씨앗이 다시 이 곳을터전으로 삼아 번식하기 시작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각종 오염물질을 걸러 주는 오염필터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생태조사단의 조영호박사(식물생태학)는 "달뿌리풀은 홍수 때 다른 식물의유실을 방지해 주며 낙엽과 같은 부식물질의 대량 유출을 막아 줘 이 지역에가장 초보적인 식생이 나타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물고기의 피난처와 산란장소를 제공해 주며 수 많은 곤충의 서식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 수계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잘 보존해준다"고 말했다.

달뿌리풀이 번성하면 점성의 진흙이 많이 섞여있는 사질토양이 퇴적되고부분적으로 하상이 높아져 달뿌리풀 군락 뒤편으로 갈대군락이 형성되며 하류로 내려 갈수록 그면적이 넓게 형성된다.

갈대는 달뿌리풀과 같은 속(속)이지만 달뿌리풀과 달리 땅속 줄기가 뻗어나면서 번식하는데 하류로 갈수록 잘 발달하는 식물로 육상의 오염된 물을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식물이다.

그물망처럼 뻗어나가는 달뿌리풀과 갈대 등이 번창하면 이곳에 모래와 부식물질등이 쌓이고 각종 풀 등이 자라는 식물의 훌륭한 서식처가 되고 갯버들 등이 들어서낮은 곳은 물이 스며들어 고이면서 늪지 및 숲이 조성되는등 자연제방을 형성케된다. 이러한 자연제방은 물의 흐름까지 바꿔 놓곤 한다.

가송리 강변엔 이밖에도 좀보리사초가 군데군데 군락을 형성해 있고 쥐꼬리망초, 개망초, 닭의장풀, 콩다닥냉이, 달맞이꽃, 쑥부쟁이, 솔나물 등이달뿌리풀과 갈대 등의 틈바구니에서 힘겹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이곳서 강줄기를 따라 6㎞쯤 하류로 내려온 도산면 토계리 단사마을 도산국교 단사분교 앞 강변엔 폭 70여m,길이 5백여m의 자갈밭이 길다랗게 펼쳐져있다. 지난해 한창 가뭄이 심할 때 안동댐 물이 줄어들면서 노출된 이 지역엔 미국가막사리, 망초,개망초, 달맞이꽃, 도꼬마리 등 귀화식물들이 뒤덮여 식물분포의 70~80%를 차지하고 있었다. 귀화식물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또 단사에서 2㎞ 가량 내려 온 토계리 하계마을 앞에도 강을 따라 7백여m가량 훌륭한 백사장이 형성돼 주변의 수려한 경관과 어울려 절경을 이루고있었다. 모래사장엔 달뿌리풀이 한창 줄기를 뻗쳐가고 있고 강변 언덕위엔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왕원추리 등이 갯버들 사이 사이 돌과 흙무더기 틈새를 비집고 피어 있었다.

조사단의 조박사는 "청량사 하류지역은 주위 경관이 뛰어나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자단체의 수입증대를 위해 관광지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개발 시에는 가능한 한 생태학적 수계 개발을 해 하천생태계의 숨구멍을틔어 주어 수계생태계와 육상생태계의 단절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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