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폭력이 교실까지 들어왔다

입력 1995-09-05 00:00:00

우리의 학원이 날로 황폐화하고 있다. 이른 아침에 기숙사와 교실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이웃 고교생불량배들로부터 20여명이나 폭행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당면한 현실이다. 그저께 대구에서 발생한 이같은 기막힌 일은 자식있는 부모들 모두의 가슴을 얼어붙게 했다.도대체 언제부터 우리의 학원에 식칼가진 학생불량배들이 뛰어들어 공부하던 학생 20여명을 꿇어 앉힌채 얼굴을 칼로 긋는등 모두 15명에게 전치 10일~3주의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일이 생길수 있는가.

이들의 수법은 무지막지하기가 마치 한 시대전의 마피아나 중국의 홍방,청방과 진배없다. 선량한 학생들의 명찰이나 신발끈이 약간 비뚤어지는등 지엽적인 일들에는 호랑이처럼 엄격하게 다스리던 학교의 훈육기능은 어디를가고 동일수법의 학원폭력이 두차례나 거듭될 수 있는지 알 길이 없다.학교당국과 경찰이 조금만 일찍 대처했어도 이같은 엄청난 일은 예방이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고교생들은 어느 누구없이 고민없는 학생이 없다. 97학년도부터 자율화된다는 대학별 입시요강은 아직 윤곽도 발표되지 않고, 수학능력시험은 더 어려워지고, 출생후 처음 들어보는 종합생활기록부가 대입의 전형자료로 활용되는등 이중고를 겪게 된 마당에 폭력의 위협에까지 내동댕이쳐진다면 그들이 보는 사회, 그들의 눈에 비친 국가의 장래가 어떨까.선량한 학생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이런 끔찍한 폭력뿐 아니다. 교내에서불량학생들로부터 차비등 소액의 금품을 털리는 일에서 상급생의 가방들어주기, 운동화등을 뺏기는 일들은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데도 교사들의 훈육은아예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 어느 전직교사는 "상급생들의 하급생 길들이기차원의 폭력은 자신들의 일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외면한다"고 말해 학부모들의 가슴을 썰렁하게 하고있다.

경찰은 입만 열면 손부족타령에서 한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전서울에서는 학원폭력에 견디다 못한 학부모들이 마침내 발벗고 나섰다. '우리 아이를 더이상 멍들게 할 수 없다'는 캐치 프레이즈아래 시민들의 모임창설준비를 마쳤다. 학부모 30여명이 뜻을 같이 한 이 모임엔 법조계, 학계,한국청소년계발연구원등 사회단체, 정계, 종교계인사들과 일선경찰서 간부등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들은 청소년 교육환경 보장을 위해 자비로 상근직원, 자원봉사자로 팀을 결성해 학교폭력에 관한 책자발간과 관련 세미나도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학원폭력이 이런 수준에까지 와 있다. 대책을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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