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진정서와 공신력

입력 1995-09-01 00:00:00

"돈 15억원을 어디로 빼돌렸는지 알게 뭐냐"(주민대표)"직접 보았느냐.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대구시 주택건설국장)지난달 31일낮 대구시청 주택건설국장실.

앞산순환도로 확장공사구간 중 대구시 남구 대명11동 구(구)승마장앞 도로를 당초 설계대로 지하화해달라고 요구하며 시청앞에서 시위를 벌인 대명11동 주민대표와 대구시청 공무원간에 험악한 말들이 오갔다.권인달 주택건설국장이 구승마장앞 도로를 지하에서 평면으로 바꿔 시공,예산 15억원이 절약됐다고 하자 주민대표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예산절감이냐"며 따지다 한바탕 말싸움이 벌어졌던 것이다.

주민들은 대구시가 지하로 설계된 도로를 평면도로로 변경한데 대해 깊은의혹을 나타냈다.

한 주민대표는 "도로가 평면으로 건설되면 영업에 큰 지장을 받을 것을 우려한 모주유소 대표가 '버스노선을 신설하고 증차한다'고 주민들을 속여 진정서를 작성, 대구시에 제출했는데도 시는 이를 확인도 않고 평면도로로 설계를 변경하는 우(우)를 범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 주민은 "처음에 주유소 대표의 말만믿고 진정서에 도장을 찍어준2백여주민 가운데 90%이상이 '지하도로로 건설해야한다'는 의견에 동조하고있다"며 "이같은 사정으로 미뤄 대구시가 업자의 장삿속에 놀아났다"고 꼬집었다.

박광희 행정부시장까지 나서 장시간 주민들을 설득했으나 대구시의 처사에커다란 불신을 지닌 주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며 대구시장 면담을 계속 요구했다.

오후 3시쯤 문희갑 시장이 직접 주민대표를 만났다.

문시장은 "오는 6일 설계변경에 자문을 한 교수와 이를 반대하는 교수들및주민대표, 공무원등 관계자들이 모여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찾겠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위를 시작한지 5시간만에 주민 3백여명은 버스를 타고 시청을 떠났다.점심도 거른채 시위에 앞장선 한 주민은 "시장을 만났다는 후련함 대신 안타까움이 크다"며 공무원의 무사안일을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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