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강건태 경제부장)-시장 일좀하게…

입력 1995-08-30 08:00:00

요즘 국회의원들이야 다 훌륭하시지만 그때는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국회의원'사진을 두고 이게 진짜냐 가짜냐하는 논란으로 웃음거리가 된 경우가있었다.지역구민들에게 " 나 USA 대통령과 만나 먹었소" 하는 위세(의정활동)의증거가 바로 '기념촬영'이기 때문인데, 그게 기실 백악관 문밖의 나무로 만든 대통령인형이었다는 시비다.

그때 미국안가봐서 잘모르지만요새는 확실하게 클린턴은 없고 부인 힐러리의 나무인형이 백악관 담벼락 한모퉁이에서 웃고있다.

**정치적 호가호위**

백악관자체가 관광지이다보니 약삭빠른 사진장수가 장삿속으로 만들어논것인데 그녀옆에 착 붙어서서 '치-즈'하면서 한번 찍는데 5달러, 관광객들이자기네 카메라로 찍으면 힐러리대여료로 3달러의 바가지를 씌운다.요샌 하도많이 미국을들락거리다보니 이런 사기(?)가 통하지않지만 그때는 통했다. 이런게 일종의 정치적 호가호위(호가호위), 여우가 호랑이를 등에 업고 꺼덕거린다는 말이렷다.

경우가 좀 틀리긴 하지만 크고 작은 어줍잖은 행사에 기관장, 정치인을 기를 쓰고 초청하려는 경우나, 행사포스터에 신문사나 방송국, 대구시나 경북도를 굳이 '후원' 명단으로 줄줄이 박아 넣겠다는 경우도 전자의 심리와 유사한 착상이다.

순수한 뜻으로 모시겠다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솔직히 '폼'도 좀잡고 공신력도 더있어 보여서 가호위(가호위)하겠다는 저의도 적지않다. 아니 많다.그래서 기관들도 돈달라는 소리가 아니면 '후원'을 남발해주는게 상례로 돼버렸다.

문희갑대구시장이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관선시장때에 비해 각종행사 참여횟수가 서너배로 불어났다.

민간, 사회단체에서 얼굴 내밀어 달라는 초청요구가 줄을 이어, 안가면 '선거땐 굽실거리더니 당선후엔 고자세'라고 씹힐게 뻔해 하루이틀 난감한게아니다.

**행사초청 기관장 몸살**

문시장의 출근시간은 오전 8시 8시30분의 간부회의를 시작으로 자체행사,서류검토, 결재, 면담등 쌓인 업무로 퇴근은 밤 8~9시. 서류를 집에까지 갖고가는 경우도 적지않다. 그래서 문시장의 타임스케줄을 조정하는 비서진들도 죽을 맛이다. 아마도각과에서 걸르지않고 그대로 올려보낼 경우 문시장은 '얼굴마담'노릇에 결재는 커녕 왼종일 시장의자에도 제대로 못앉아볼 판이다.

외부행사는 나갔다하면 두시간이니 하루 1건이상은 절대무리다. 하루 비서실을 찾아오는 민원인이많을땐 30여명, 민원전화도 1백여통-민선시장에 대한 기대의 반영이지만 해당 각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이래 갖고서야 언제정책구상하고 언제 할일하겠는가.

이런 사정은 경북도내민선시장, 군수들도 정도의 차이뿐. 시골일수록 각종행사에 시장·군수 축사는 약방감초다.

심지어 면단위 초등학교 행사엔 지서장까지 필수 초청인사인 판이니 시장군수가 떴다하면 주최측은 신바람일밖에. 게다가 "시장·군수님도 참석하신다고 했심더…"하면 교육장, 경찰서장까지 삼총사로 엮을수가 있다.**정책구상 언제하나**

자유당독재시절부터 5공때까지 인구에 회자된 사회풍자에 이런말이 있다.순사는 패조지고, 검사는 불러조지고, 판사는 (재판)미뤄조진다는 소위 '조지기 시리즈'가 그것이다.

이시리즈가 다 옛말인지는 순·검·판사님들이 생각해보면 알일이고, 좌우지간 뜻있는 시민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한마디-"시장 일좀하게 제발좀그만 불러조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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