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독방 3명요원 24시간 감시 인권상황 진척없다

입력 1995-08-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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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된 미·중관계의 상징이었던 인권운동가 해리 우씨(중국명 오홍달)가돌아왔다.워싱턴 포스트지, 뉴욕타임스지, CNN방송 등 미국의 주요언론들은 중국당국에 체포된 뒤 무한시에서의 2개월여에 걸친 우씨의 구금생활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우씨는 그동안 무한시 공안국 소속 비밀심문기관의 넓이 3평남짓 좁은 방안에 감금됐다. 그 방안에는 우씨 외에 3명의 감시요원이 24시간 그의 곁을떠나지 않았다.

우씨는 공안당국의 취조가 시작되자 "너희들이 원하는게 무엇인가. 내가여기 있잖은가. 마치 도마 위의 고깃덩이처럼 말이다"고 말했다고 전한다.우씨는 그로부터 몇주일 뒤 한 취조관이 그에게 "미국시민이라고 안심하지마. 기억해, 우리는 한국전쟁에서 미국을 물리쳤었단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한다.

청년시절 19년을 중국강제수용소에서 보냈던 우씨는 이번에 또다시 중국에서의 구금생활을 겪으면서 수용소 생활 전문가다운 기질을 발휘했다. 두툼한 중영사전의 페이지 안쪽 여백에 깨알같은 한자로 비밀일기를 써온 것. 그는 사전 여백에그날 그날의 취조내용을 메모한 뒤 물에 밥알을 으깨 만든풀을 얇게 발라 양쪽을 서로 붙여두었다.

우씨는 뉴욕타임스 기자 앞에서 이 중영사전의 풀로 붙여진 부분을 뜯어내그속에 한자로 적힌 비밀일기를 공개했다.

7월4일을 뜻하는 704페이지에는 '처음으로 맑은 공기를 마셨다'고 쓰여 있었다. 7월10일에 해당하는 710페이지에는 '내 반지와 시계를 빼앗아 갔다.나는 약을 달라고 했다.아내에게 편지를 부쳐달라고 항의했으나 그들은 보내주지 않았다'고 적혀있었다. 중국 수용소의 인권침해 사례 수집을 위해 중국에 잠입했다가 체포됐던 우씨가 이번에는 그 자신의 구금생활 중 그가 당한 인권침해 사례를 직접 기록으로 남기게 된 셈이다.

하루는 어느 중국관리가 '노인과 바다' '백경'등 책과 함께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 한 부를 놓고 갔다. 한 방에 있는 감시요원들이 검열을 위해신문 페이지를 넘기고 있을때 우씨의 눈에 헨리 키신저 전미국무장관이 쓴 '멀리있는 해리 우의 운명'이란 칼럼의 제목이 스쳐갔다. 우씨는 그때야 해외에서 그의 구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전한다.

그는 중국 국가기밀을 훔친 간첩죄로 15년 형을 선고받음과 동시에 국외추방명령을 받았다. 재판관은 판결문을 낭독한 뒤 슬며시 웃으면서 그의 팔을 툭툭 두드리며 "이제 집에 갈수 있을거요"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었어요. 판결문이 낭독된 뒤 그들은 내 손에 수갑을채우지 않았어요. 공안들은 매우 친절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이제 돌아갈수있게 됐어요'라고 말했지요"

그로부터 이틀이 못돼서 그는 상해발 샌프란시스코행 중국 민항기에 몸을실었다. 항공기가 이륙한 뒤 약 한시간이 지나자 미국영사관 직원이 다가와그가 중국을 떠났음을 알려주었다.

"모든게 미리 계획돼 있었어요. 참 괜찮은 쇼였지요"

CNN방송은 27일 19년 동안의 수용소생활 중 탄광에서 당한 사고로 얻은 요통이 악화돼 옆사람의 부축을 받아 겨우의자에서 일어나는 우씨의 모습을방영하면서 우씨가 "나를 석방했다고 해서 중국의 인권상황이 개선된 것은하나도 없다"고 말하면서 힐러리 클린턴여사의 북경세계여성회의 참가결정을철회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워싱턴·공훈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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