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석간지 노동당수비난 오보 "진땀"

입력 1995-08-29 08:00:00

잘못된 팩스 한통이 여름내 영국정가를 흔들어 놓고 있다.최근 런던에서 발행되는 석간지 '이브닝 스탠더드'는 언론사상 유례없이이틀에 걸쳐 1면에 정정 기사와 함께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세기의 오보'사건을 진화하느라 바쁘다. 문제의 발단은 스탠더드지가 뉴질랜드 한 대학의총장으로 있는 전노동당국회의원 브라이언 굴드에게 원고청탁을 하면서 비롯됐다.

굴드 총장은 원래 뉴질랜드 출신이지만 일찍부터 옥스퍼드에서 교육받고영국정계에 투신했던 영향력 있는 야당 정치인. 섀도우 내각시절 재무장관을역임하고 미래의 수상감으로까지지목됐던 그는 지난해 노동당 당수로 토니블레어가 선출되자 정계를 은퇴하고 고국으로 돌아가 대학에서 새 생활을 시작했다.

최근 토니 블레어의 당내 개혁 정치가 일부 노동당 의원들에게 반발을 사는 시점에서 스탠더드지는 거물급 노동당 의원이었던 굴드 총장에게 블레어당수의 노선을 평가하는 특별기고를 부탁했던 것.

그러나 굴드 총장의 글이 팩스로 들어오기로 했던 시간에 전혀 엉뚱한 출처로부터 원고가 도착했고 신문사측은 이 글을 굴드총장의 기고문으로 착각해 버렸다. 극히 신랄하고 예리한 문체로 토니 블레어 당수의 정치력을 비판한 글이어서 편집자측은굴드 총장이 블레어에게 통렬한 비판을 시작했다고지레짐작해 버린 것이다.

이 글은 1면 톱기사로보도됐고 노동당내에서는 블레어 당수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기류가 형성돼 있다는 식으로 해석해 버린 것이다. 굴드의 갑작스런 당수비판에 당황한 노동당 지도부가 뉴질랜드 현지에 확인해 본 결과 그원고는 굴드의 글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이 글의 주인공은 현재 집권 보수당 마이클 하워드 내무장관의 아들인 대학생 니크로 밝혀졌다. 그는 그저 재미삼아 무기명으로 적어 보냈는데우연의 일치로 팩스시간이 중복됐던 것. 30분후에 도착한 진짜 굴드의 원고는 중복 통신으로 간주돼 휴지통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문제를 더 우습게 만든 것은 이제 19세인 니크군은 글 속에서 자신이 한번도 투표해 보지 못했고 과거의 정치적 사건들을 잘 모른다고 분명히 썼으나이에 대해 편집자측은 굴드 총장이 상상력을 발휘해 글을 재미있게 쓴 것이라고 여겨 제목까지 달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는 점이다.

노동당 현지도부는 굴드의 블레어 비판이 사실무근으로 판명나자 한숨을돌리면서 스탠다드지와 보수당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혹시 어떤 계략에의한 고의적 사건이 아니냐는 반격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두번에 걸친사과문 게재에도 불구하고 굴드 총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해지자 스탠다드지는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와중에서도 일부 여론은 대학1년생의 논술문으로 빅히트를 친 니크군이장래 유명한 기자가 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옥스퍼드·권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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