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잃은 민자-구심점이 없다

입력 1995-08-28 22:45:00

6·27 지방선거 2개월이 지났지만 지역정가는 여전히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격랑속에 휘말려있는 것 같다. 김윤환대표체제를 출범시켰지만 지역 민자당은 여전히 정치의 구심점에서 멀어져있는 것 같고 야당 또한 신당 창당,민주당내분 등에 휘말려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15대 총선 7개월여를 앞두고혼란속에 빠져있는 지역 정가를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민자당 김윤환대표체제의 허주호가 출범했다고 해서 과연 지역 민자당은15대 총선까지 순항할 수 있을 것인가. 한마디로 낙관적인 전망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6·27지방선거에 나타났던 반민자 정서가 워낙 뿌리깊어 김대표체제에도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상당수 있고 이에 따라 소속 의원들의 마음도흔들리고 있다.

김대표에게는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민자당의 전열을 가다듬어 오는15대총선에 대비하고 민자당으로부터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고 탈당사태로 번질뻔 했던 TK의원들의 세를 결집해 이탈을 방지하는 등의 과제가 주어져 있다.

그가 이같은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의원들이 많다. 지역정가에도 냉소적인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더욱이 김대표체제 출범이후 단행된 민자당의 강삼재사무총장 임명등 당3역과 중간당직자들에 대한 후속인사에 대해 대구·경북지역의 민정계출신의원들은 섭섭함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영삼대통령의 특유의 인사스타일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수긍하는 의원들은 별로 많지 않은 듯하다.

김윤환대표는 당3역 임명에 대한 대구·경북의원들과 민정계의원들의 강한비판을 의식한듯 강삼재총장에 대해 "어느 특정계파라는 인식보다 당에 젊은활력과 진보적인 분위기를 불어넣을수 있는 인물로 이해해 달라"며 당내 분위기를 다독거리고 있다.

"허주가 당대표를 맡은것은 잘된 일이며 우선 대구·경북과 충청권의원들의 동요는 막을수 있을 것이다. 김대표에게 대통령이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가 관건인데 좀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이번 당직 개편에서 잘 나타났듯이별다른 기대는 할수 없을것 같다. TK가 당요직을 맡고 몇자리 입각한다고 해서 이반된 지역민심이 되돌아 오겠느냐"며 15대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나 열심히 다독거려야 한다는것이 대구·경북의원들의 기저를 흐르는 일관된 주장이다.

비록 허주가 대표가 됐지만 지역에 깔린 반민자 정서를 순화시키기 위해선특단의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이번 중간당직 개편에서는 지역출신의원들이 아예 민자당의 중간당직을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에서 강총장의 기용에 대한 거부감이 얼마나 팽배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15대 총선에 살아남기 위한 민자당 소속 의원들의 행보가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민자호를 타고 총선에나서느냐는 등의 심각한 고민을 하는 지역 의원들이 많고 여차하면 배를 갈아타겠다는 속셈도 내비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용태내무장관도 최근 대구에 내려와 지난번 지역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에대해 우려하고 "이번의 당정개편에서 대구·경북인사가 입각한다고 민심이수습되겠느냐"며 당정개편 이후에는 지역에서 땀을 흘리며 선거에 대비하겠다는 자세다. 6·27선거 패배에 따른 민자당대구시지부장을 사퇴한 정호용의원도 최근 지구당 조직만 정비했을뿐 당무에는 별 관심이 없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민자당 당직개편에서 끝까지 고사하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최재욱의원은 "대구·경북지역의 정서와 이반된 민심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일할 수있는 자리를 맡아야 하는데"라며 당3역문제에 아쉬움을 표시하고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하지 않겠느냐. 지역의 공조직을 대폭 정비하고 지역현안들을 다독거리며 15대총선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강재섭의원은 "당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쉽게 움직여서야 되겠느냐. 지역구민들을 더욱 열심히 만나 어려움을 함께 풀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그러나 민주계의원들은 이번 당직개편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다. 유성환·김찬우·반형식의원은 "시대의 흐름인 세대교체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며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있다. 또한 허주와 가까운 박정수·장영철·금진호·김해석의원등은 허주에게 힘을실어줘야 하며 시간을 기다려 보자는 관망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대표의 최근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당내 각계파 중진들과 회동을 통해당결속을 당부하고 구여권의 소외세력을 껴안기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지방선거이후 동요하고 이탈 움직임을 보였던 지역의원들을 개별 또는 집단으로 만난데 이어 이번주초에는 대구·충북등 취약지를 직접 방문, 민심을다독거린다는 입장이다. 또한 전직 대통령과 총리들을 만나 협조도 요청하고있다.

그러나 현정권이 김윤환대표를 내세워 내보이는 호의가 얼마나 신빙성과설득력을 가지고 지역민심을 순화시킬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이번 정기국회와 15대총선을 앞두고 공천과정등에서 김대표를 비롯한 TK들이 과연 정치권에서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가 TK정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수있을 것이다.

허주 민자호가 지역 민심을 다독거려 민자당이 다음 총선에서 대구· 경북제1당이 될지는 현상태에선 미지수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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