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200)제7장 도전과 응징

입력 1995-08-26 00:00:00

"오빠, 공짜는 사양하고 싶어. 마수도 안했거던"운동모가 말한다. 껌을 소리나게 씹는다.

"너 몇 살이야?"

대뜸 짱구가 시비조다.

"열여섯, 왜?"

"이 바닥서 놀려면 조심해"

"형, 왜 그래? 수희가 싫다곤 안했잖아" 검정 운동모가 수희를 본다. "쪽방 비었잖아. 후딱 끝내"

"왠지 싫어. 내 맘대로지 뭐"

수희가 목발 짚은 나를 훑어본다. 나도 싫다. 나는 목발을 옮긴다."마두, 가지 마!"

짱구가 외친다. 짱구가 수희의 청바지 허리춤에 손을 꽂는다. 거칠게 잡아챈다. 낮은 목소리로 윽박지른다. "좋게 말할 때, 같이 가. 여기가 어느 바닥인줄 알아? 그어 버리겠어!"

수희가 움찔한다. 다른 넷은 말이 없다.

"하는 수 없지. 목발형, 같이 가요"

수희가 말한다. 수희가 낭창히 걸어온다. 내 팔을 낀다. 나는 그짓을 하기싫다. 인희엄마보다 너무 어리다. 가기 싫다는 말을 하고싶다. 짱구 쪽을 돌아본다. 목젖이 잠겨 말이 나오지 않는다.

"끝나면 추탕집 뒷방으로 보내줘. 새끼 셋 있는 방 알지? 거기 오면 씹값주지"

짱구가 말한다. 담배를 피워문다.

나는 수희를 따라간다. 담과 담사이, 골목길로 빠진다. 겨우 두 사람이 비켜갈 수 있는 골목이다. 컴컴하다.

"오빤 왜 말이 없지?"

수희가 묻는다.

"난 말이 없어"

"많이 굶었나 봐?"

"하기 싫어"

"그래도 해야 돼. 난 해주기로 했으니깐. 오빠, 돈 있어?""돈 없어"

"부탄가스 두 통 값만 줘"

"돈 없어"

"오늘 초장은 미꾸라지 잡았군. 어쨌든 좋아. 공짜로 주지 뭐"수희가 노래를 쫑알거린다. 어느 집, 열린 철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마당이 없다. 쪽방들이 붙어 있다. 열차간 같다. 방 하나에서 랩음악이 쏟아진다. 다른 방에서 웃음소리가 자지러진다. 손뼉치며 노래 부르는 방도 있다.수희가 깜깜한 방문을 연다. 형광등을 켠다. 비좁은 방안이 어수선하다. 벽에는 빨아 넌 옷가지가 알록달록하다. 서넛 누우면 꼭 찰 방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책가방, 백, 가스레인지통, 홑이불, 만화책, 빈 라면컵이 어지럽다. 부탄가스통, 본드주브도 널려있다. 수희가 발길질로 그것을 치운다. 검정 배꼽티 셔츠를 훌러당 벗는다. 볼록한 젖이 그대로 드러난다. 유두가 생기다 말았다.

"오빤 옷 안벗어?"

수희가 청바지를 까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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