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일본서 첫무대 정명순씨

입력 1995-08-25 08:00:00

"광복 50주년을 맞는 해에 지휘자로 일본 무대에 처음 선다는 사실에 감회가 깊습니다"우리 나라가 자랑하는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씨(42)가 동남아순회공연의일환으로 내달 5, 6일 서울공연에 이어 11~20일 영국의 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일본 무대에 선다. 정씨는 20년전 피아니스트로서 일본에서 앙드레 프레빈 지휘의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을 협연한적은 있지만, 지휘자로 일본 사람들에게 인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이 때문에 정씨의 공연에 대해 일본에서는 "왜 이제서야 일본에 오느냐"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관심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거절해왔던 일본공연을 하게된데 대해 정씨는 "모든 조건이 잘 맞을 때까지 시간을기다렸다"는 말로 일본사람들에게 대답했다고 전했다.

"시간을 기다리라"는 이 말은 정씨가 스승인 줄리니에게 "어떻게 이 곡을 지휘하느냐"고 물었을 때 들었던 지휘자 수업과정의 화두이기도 하다.정씨는 일본에 묵는 8일동안 일본 최고의 공연장인 동경 산토리홀을 비롯해 히로시마.오사카.시즈오카 등 주요 도시를 돌며 순회공연을 갖는다. 레퍼토리는 말러교향곡 제5번, 메시앙 관현악곡 '잊혀진 제물',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14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6번,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등이다.

그는 "말러 교향곡은 1, 2악장만 지휘해도 거의 쓰러질 정도로 힘든 곡"이라면서"말러 교향곡은 오케스트라의 규모와 성격에 1백% 맞는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지휘는 오케스트라 단원과 지휘자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이겨내고 마지막에 순수한 음악가로 돌아와야 한다"고 지휘론을 펴는 정씨는 "내가 제일싫어하는 것이 지휘"라면서 지휘자의 어려움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아들에게 한국을 알게 하기 위해 이번에 시골의 한 고등학교에 장남을 입학시키고 프랑스로 떠날 작정인 정씨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환경페스티벌을 여는 것과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꿈"이라면서 "아들을 보기 위해서도 앞으로는 한국에 자주 오게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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